책이야기

#61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릴리06 2013. 4. 21. 12:50

2013.03.20-2013.04.21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 한번 정정당당하게 /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김수영은 자신의 소시민적 나약함에 정직하게 직면했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노래했던 것이다. 그래서 김수영은 위대하다.

 

- 자유를 꿈꾸며 사는 사람만이 자신을 옥죄고 있는 담벼락과 조우할 수 있을 뿐이다. 자유로운 것 같지만 갇혀 있다는 사실. 제한된 것만을 하도록 허락된 자유. 자유 정신이 어떻게 이런 허구적인 자유를 긍정할 수 있겠는가?

 

- 온갖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여 현재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영위해야만 한다. 자신의 삶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 노예의 굴종과 비겁을 감내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노예로 살기를 결정한 셈이고, 지금 주인의 당당함과 자유를 쟁취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주인으로 살기를 결정한 셈이다.

 

- 자신의 페르소나를 애써 벗자마자, 맨얼굴이 아니라 새로운 페르소나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의 맨얼굴은 얼마나 많은 페르소나를 벗겨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아니 맨얼굴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 자신의 상처나 약점을 솔직하게 토로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고칠 수가 없다.

 

- 유년 시절 가난했던 탓인지 어떤 남자는 부와 명성을 쌓을 때까지 모든 열정을 자신의 업무에 쏟는다. 아이를 떠나보낸 여성이 과거에 매몰되어 있다면, 이 남자는 미래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가족과 살뜰한 시간도 보내지 못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지고 않는다. 현실에서 누려야 할 행복을 무한히 연기하고만 있을 뿐이다.

 

-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염려는 '지금 그리고 여기' 펼쳐지는 현재의 삶을 보지 못하게 만들고, 당연히 현재의 행복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내가 없다'는 주장은 부정적으로 '내가 공하다'고 표현된다. 이 주장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나는 수많은 인연들의 마주침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런 나에게 나의 것이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그것은 모두 인연이 있어서 내게 잠시 머무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도, 젊음도, 나의 아이도, 그리고 돈마저도 모두 그러하다. 그것들은 모두 인연이 되어서 나에게 왔고, 인연이 다해서 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나 내가 가진 것이 공하다는 사실을 아게 되면, 우리는 부질없는 집착으로부터 멋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기 전, 옛사람들은 '진인사대천명'이란 선비 정신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는 초월자에게 기대기보다는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비범한 인문적 정신이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대천명'이란 말 그대로 초연했다.

 

-  이제 자신이 최선을 다했을 때 할 수 있는 것과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할 수 없는 것의 경계에 도달했다. 최선을 다해도 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만,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맹자가 말한 '하늘'이자 '하늘의 명령'이다.

 

- 인의예지의 명칭은 반드시 우리의 실천 이후에 성립한다. 어린애가 우물에 들어갸려 할 때 '측은지심'이 생겨도 가서 구해주지 않는다면, 그 마음의 근원만을 캐들어가서 '인'이라 말할 수 없다.

 

- 아렌트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 당신은 근면과 성실이란 미명 아래 사유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가?" "지금 당신은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가?"

 

- 그렇지만 이리가라이는 평등이란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폭력성에 주목한다. 이것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존재론적 차이를 부정하는 논리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리가라이에 따르면 남녀평등 이념 속에서 평등이란 잣대는 여전히 남성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자본주의는 노동자가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이 만든 상품을 활기차게 구매할 경우에만 유지되는 체제이다.

 

- 여가 시간은 노동을 하지 않는 시간이어서 자유로운 시간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대중매체는 우리의 자유를 가만두지 않는다. 대중 매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노동해서 만든 상품에 대한 소비 욕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 "놀이는 언제고 연기될 수도 있고 중지될 수도 있다."

 

- 명심하자. 아이 때 경험했던 놀이의 즐거움을 되찾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 그는 합의라는 적차 속에 내재하는 억압과 불평등을 간파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