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7 왕이 못 된 세자들 / 함규진

릴리06 2012. 11. 5. 15:10

2012.11.01-2012.11.05

 

조선 왕조에 세자는 모두 27명, 그 중에 왕이 된 세자는 15명에 그쳤다고 한다. 12명은 살해되거나 폐위되거나 병으로 일찍 죽었거나 왕조의 멸망으로 왕이 될 수가 없었다. 절반 가까이가 왕이 될 수 없었던 조선의 세자 시스템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의 수준이란 것이 학교에서 배운 국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본능을 자유롭게 펼쳐보지 못한 세자들의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정도이지 않았을까? 세상을 다 얻을 수 있지만 나 자신의 삶은 얻을 수 없었던 삶의 연속에서 과연 성군이 되고자하는 노력만으로 나라를 지켜나갈 수 있었을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앞으로 역사 관련 서적을 좀 많이 읽어서 상식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외로 재미있다.

 

- 공과 사를 아직 구별도 못할 나이에, 한창 청춘의 열기가 끓어오르는 시기에 일체의 사를 없애고 오직 공으로만 살아가라는 것,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대체로 조선의 세자들은 불행했고, 우울했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숫자가 끝내 왕좌에 앉아보지 못했다.

 

- 역사를 공부할 때 중요 인물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즉 권력의 맥락에서만 이해해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권력의 논리를 숙지하고 있으며 정치적 역학관계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피가 통하는 인간, 심리법칙에 좌우되는 개인이기도 한 것이다.

 

- 세자의 두 가지 조건 "성리학을 열심히 공부하며 점잖은 품행을 닦아 성군의 자질을 길러야 한다."와 "권력의 제2인자로서 주어진 일을 하되 1인자를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

 

-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에는 '잠수함의 토끼'라는 말이 나온다. 초기의 잠수함은 아직 설비 수준이 낮았으므로 자칫하면 승무원의 생명이 위험해질 만큼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잠수함에는 반드시 토끼를 태웠다고 한다. 토끼는 사람보다 산소 부족을 더 못 견디므로, 토끼가 질식해 죽으면 그것을 위험 신호로 알고 물 위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게르오규는 "상황의 악화를 다른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게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의 비유로 잠수함의 토끼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