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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6 [번외] BKK 3 (7)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해도 뜨기 전에 아침을 준비해주신 덕에 비몽사몽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토스트와 아침밥까지 두 종류, 매번 버라이어티하게 준비해주신다. 다들 출근하시고 집에는 조카와 나만 남았다.

공주의 남자를 보면서 오랜만에 침대에 뒹굴뒹굴 여유를 부려본다. 때마침 정현언니와 연락이 되어 바비버 통화를 한참 하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여행의 마지막 물놀이를 하러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이번 여행 막바지에 느낀 건데 나도 이제 찬물에 꽤나 잘 적응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엔 혼자 헤엄 치고 미끄럼틀도 타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한 둘씩 오더니 헤엄이 아닌 수영을 하기 시작한다. 여유롭게 자유영을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꼭 이제는 호흡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에는 수영을 좀 열심히 배워봐야겠다.

수영을 다하고 자쿠지에 가서 보글보글 몸도 풀고~

다리의 색깔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어찌하다 저렇게 되었나 싶지만 그래도 나름 선방한 색깔이다. 한국이 겨울이라서 참 다행이다.

집에 올라와 씻고 아침도 제대로 못먹은 조카를 데리고 오늘도 앞에 있는 호텔에 밥을 먹으러 갔다. 레지던스 입주자는 30% 할인해주니 참 좋다.

밥 먹고 마사지를 받으러 에까마이 Health Land 로 간다. 안갈려고 했는데 아쉽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깨가 계속 아프다.

오늘은 녹색 옷!

오 마이 갓!

그런데 오늘은 좀 대박인게 마사지사가 계속 존다. 규칙적인 강도의 압박으로 계속 받으면 신기하게도 잠이 솔솔 오는데 마사지사가 계속 졸아서 손이 멈춘다. 마이크로수면 상태에 빠져버리신다. 어제 한 숨도 못 잤단다. 처음엔 웃겼는데 2시간 내도록 그렇게 마사지를 해주니 슬슬 짜증이 나고 마사지가 받기 싫어졌다. 정말 팁도 주기 싫었는데 계속 웃으시길래 40B만 드렸다.

아~ 오늘은 정말 태국에서 받았던 모든 마사지 중에서 최악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택시는 왜이래 또 막히나! 태국은 길도 좁은데 차는 엄청 많아서 아침 점심 저녁 구분 없이 계속 막힌다. 서울 트래픽잼 저리 가라~

한 시간 넘게 택시를 타서 겨우 집에 도착했는데, 그래도 택시비는 5000원 정도밖에 안나온다. 정말 싼 태국의 택시비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마지막으로 과일도 엄~청 많이 먹고 씻었다. 이제는 떠날 시간!

공항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데 삼 일 함께 했지만 일 년은 안 것만 같은 정이 느껴지는 분이다. 계속 해준 것이 없다며 미안해 하시는데 나는 다른데서는 경험해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의 태국 공항의 느낌이 오늘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사람의 마음과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젠 다시 올 일이 없는 곳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제 더 자주 오게 될 것만 같은 느낌도 같이 드는 오늘 태국과의 헤어짐이다.

3일 동안 쓸 돈으로 3000B(약110,000원)을 준비했는데 다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태워주셔서 1000B이나 남았다. 이런 푼돈은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면세점 쇼핑을 했다.

코치 카드지갑인데 교통카드 넣고 다니면 딱일 것 같다. 가격은 1900B. 남은 바트까지 알뜰하게 다 썼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주 여행이 정말 모두 끝났다.

지금까지 나는 여행을 내 세계를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여행에 쓰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방학을 온전히 여행에 다 쏟는 것은 내 생활 중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조금씩 든다. 목적없는 자유로운 여행자는 그만하고 내 삶의 넓이 보다는 깊이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이 필요하다. 그 방향과 방법은 이제 내가 찾아가야 할 것이다.

항상 여행의 끝무렵에 다양한 감정이 사방에서 밀려든다.

여행을 끝낸 뿌듯함
추억을 회상하는 즐거움
다음엔 어디를 가볼까 상상
한국에 돌아가기 싫은 마음
못해본 것들에 대한 아쉬움
내 세계가 넓어진 것 같은 느낌
어떻게 하면 휴직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
새로 해보고 싶어진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한국에 돌아가면 뭐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열정(이 열정은 개학하면 이틀을 못간다.)

그러곤 마지막엔 항상 건강하게 사고없이 여행을 마친 것만으로도 성공한 여행이라고 나를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끝은 다르다.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놓은 밑천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잘 팔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애매한 표현이 지금 내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다.

어쨌든 매우 좋다는 것이다!

Arrival

혜린이가 출국장에 있고 나는 입국장에 있다. 그런데 간발의 차로 만나지 못했다. 배웅해주고 싶었는데 얼굴을 못봐서 아쉽다.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혜린아, 다녀와서 보자!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오면 겪는 현상들

1.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긴장한다.
- 힘든 커뮤니케이션을 하다와서 한국말도 외국어처럼 들린다.
2. 갑자기 옷이 엄청 많아 보인다.
- 맨날 똑같은 옷만 입다 집에 오면 내가 옷이 많은 사람이라 느낀다. 하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역시나 여기도 입을 옷이 없다.
3. 핸드폰이 펑펑 터져서 기분이 좋다.
- 연락을 맘껏 할 수 있고 와이파이 잡히는 곳 찾지않아도 된다.
4. 한국이 참 살기 편한 나라라고 새삼 느낀다.
- 살기는 편하지만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여행다니면서 처음으로 오늘 엑스레이 세관 검사를 받았다. 잡을테면 지난 유럽여행에서나 잡지, 이번엔 정말 개털이라서 잡힐 것이 없다.

이번 35일 여행 총 경비는 약 350만원이다. (비행기 포함, 쇼핑 제외) 물가 비싼 호주에서 완전 저렴하게 잘 즐기다 왔다. 경비 블로깅은 언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정리!

지금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번 여행 마지막 블로그를 올린다.

이제 이 블로그는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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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릴리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