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7

#25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2012.09.06-2012.09.13 때론 누군가 나에게 해주는 충고가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나 그 충고가 속물적이거나 편협한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느껴질 때는 더욱 그렇다. 나나는 딸 마리암에게 소설 초반에 이런 말을 한다.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라.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이 충고 역시 마음에 와닿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곱씹게 되었다. 소설 마지막에 마리암의 회상 장면에서 이 충고는 다시 한 번 등장하는데 이 소설을 쭉 다 읽고 나니 그 마음이 이제는 이해가 되고 정말 그렇게 살아온 그들이었구나 하는 안스러움마저 들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자신이 사는..

책이야기 2012.09.13

#22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2012.08.10-2012.08.26 내가 유년기를 보낸 80년대 20대를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신경숙의 가장 유명한 소설 엄마를 부탁해도 아직 못 읽어봤는데 그녀의 다른 소설을 읽어본다. 사실 도서관에서 몇번을 빌렸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봐서 너덜너덜 더러워진 책을 읽기가 싫어서 다시 반납한 적이 있다. 그녀의 필체는 나를 마치 80년대 정윤의 삶으로 이끌어가는 것만 같아서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느껴지고 자기 꿈과 열정을 펼쳐야할 20대를 민주화 운동에 쏟으며 시련을 겪었던 사람들. 우리는 그들이 이뤄놓은 성과 위에서 우리의 꿈을 펼치고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 정치가 정말 민주화 되었는가?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예전처럼 대통령 마음대로 헌법을 고치고 군..

책이야기 2012.08.26

#16 덕혜옹주 / 권비영

2012.07.26-2012.07.27 히노데 소학교에 다닐 때도 입었고 일본에 와서도 입었던 옷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을 수 없다. 일본 백작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입을 수 없다. 만약 그 옷을 입는다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추운 겨울 여학생들이 저고리를 입는 것에 대해서 춥지만 일본에서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저고리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우리이게 만들어주는 여러가지 형식적인 것들이 지금 우리에겐 거추장스럽고 따분한 것들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 같다. 덕혜옹주의 상황은 많은 면에서 영화'우리 학교'를 떠올리게 했다..

책이야기 201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