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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고래 / 천명관

2012.11.06-2012.11.11 란옥이가 산 잡지에 재미있는 소설로 소개되어서 읽어본 책인데 나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많은 인물들이 나와서 어떻게든 얽혀가는 모습인데 뭔가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긴장감이 없는 느낌이어서 처음엔 빠른 스토리 전개를 따라 읽다가 나중엔 빨리 읽어버리려고 읽은... 그리고 뭔가 내가 거북해하는 소재의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그리고 복선이 너무 많이 깔려서 기대감을 높이는데 실제로 뒤에 보면 별일이 아닌 경우도 많고, 반복되는 말투가 식상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목처럼 역동적이고 신비스러운 고래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다. - 과연 객관적 진실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

책이야기 2012.11.11

#36 우리는 사랑일까 / 알랭 드 보통

2012.10.23-2012.10.31 언젠지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 읽다가 말았던 책! 도서관에서 문득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빌렸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많은 호평을 받지만 나에게는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보다 덮어버린 책이 대다수였다. 이건 왜 이리 어려워~ 이러면서... 이번엔 차근차근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익숙한 표시가 보인다. 이 표시는 내가 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부분을 체크해두는, 맞다. 바로 내가 해 놓은 표시였다. 이 책을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적이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여기 이 익숙한 표시가 내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순간 아~~ 내가 이런 것도 안지우고 반납했나 싶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음~~ 몇 년 전과 비교해서 ..

책이야기 2012.11.01

#35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2012.10.22-2012.10.23 '광해' 이후 볼만한 영화가 없었는데 '용의자X'가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두 천재 이과생들의 두뇌 싸움이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어서 본 소설이다. 영화는 평점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하던데, 소설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 펼쳐진 이미지들을 하나의 영상으로 만족시키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순수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교수님들 중에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봐도 어린아이같은 구석이 있으신 분들도 많다. 복잡하고 교묘한 사회 생활에 등을 돌린 채 순수한 학문만을 파고들다보면 사람이..

책이야기 2012.10.23

#34 리버보이 / 팀 보울러

2012.10.18-2012.10.22 사실 이 책이 청소년 도서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동 도서에서도 배울 점이 모두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지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을 가다듬으며 읽기 시작했다. 보통 인생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를 많이 한다. 처음에는 작은 샘물에서 시작해서 좁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돌에 걸릴 때도 있고 순탄하게 내려갈 때도 있고 때론 빙 둘러갈 때도 있다. 하지만 강물의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이 고난과 슬픔, 기쁨과 환희가 함께 섞여 있지만, 행복한 순간도 힘든 순간도 모두 강물의 큰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제 인생을 마감하려는 할아버지와 그 할어버지가 손녀에게 해주고 싶은, 그리고 많은 청소년에게 해주..

책이야기 2012.10.22

#33 자기혁명 / 박경철

2012.10.14-2012.10.19 나는 같은 책을 두 번 읽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새로운 내용을 읽고 싶지 아는 내용을 다시 보는 것은 나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 문득 읽을 책이 다 떨어지고 책장을 둘러보다 '자기혁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1년전에 꼼꼼하게 읽는다고 읽은 책이었는데,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너무 많고 나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내용도 달라졌다. 1년 전의 내가 읽은 책과 1년 후의 내가 읽는 책은 그 사이의 나의 생각의 변화에 따라서 매우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느꼈던 점은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내용의 망각 속도가 매우 달랐고, 그리고 내용의 내면화의 정도도 두드러지게 차이가..

책이야기 2012.10.19

#32 하악하악 / 이외수

2012.10.12-2012.10.13 - 나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장난감도 자연 속에서 재료를 구해서 직접 만들어야 했고 간식도 자연 속에서 채취해서 자급자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시의 아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무조건 돈으로 해결한다. 창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부모를 도의 공급처로만 인식하게 된다. - 꽃병을 없애주세요. 애완용 강아지나 고양이가 예쁘다고 머리르 절단해서 실내를 장식하지는 않잖아요. 어디선가 식물도 동물과 똑같이 감정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꽃을 꺾었을 때 하얀 진물같은 것이 식물의 피라고... 음악을 들려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많이 있다. 생물에는 식물과 동물이 있다고 아이들에..

책이야기 2012.10.13

#31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2012.10.08-2012.10.11 제노사이드를 읽고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에게 푹 빠졌다. 그런데 그에겐 더 유명한 13계단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학교 도서실에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제노사이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읽기 시작했다. 제노사이드보다는 일단 분량이 적고 내용도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내용의 심오함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이 소설은 사형제도의 모순과 이 사회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형제도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여러가지 입장이 있지만 사실 사형이 선고되어도 집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에게 사형제도에 대해 물어봤다면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것이 나를 비롯한 사형제도를 온전히 몸과 마음으로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

책이야기 2012.10.11

#30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2012.10.01-2012.10.07 추석 때 집에 가서 읽을 책을 찾다 예전에 동생이 '한 편의 헐리웃 영화'를 보는 것같은 스릴과 즐거움이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라 읽어보았다. 그런데 정말 초반부터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는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계속 읽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 소설의 매력이다. '우와~ 정말 멋진 소설이다!'라고 끝내기엔 너무 많은 내용들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음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전쟁의 잔혹성, 그리고 인간의 새로운 흉악한 모습들을 계속 느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고, 나는 이 좁은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아둥바둥하고 있는 것인가, 어차피 100년 뒤엔 지금의 65억 인구는 모두 죽고 없을텐데... 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들었다. ..

책이야기 2012.10.08

#29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손미나

2012.09.26-2012.09.28 책을 고를 때 내 마음의 상태가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뜨거워지고 싶었을까? 손미나를 작가로서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남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로 해본다. 초반엔 그냥 아르헨티나에 대한 이미지를 머리에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탱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2부부터는 내용에 푹 빠져 읽어내려간 것 같다. 탱고에 담겨있는 사랑에 대한 철학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순간 매료되었던 것 같다. 탱고를 사랑에 비유한 노라의 이야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탱고, 몸치인 내가 탱고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온전히 파트너와 교감하며 탱고를 추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올 겨울에 남미를 가볼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물리적인 거리만큼 심리..

책이야기 2012.09.29

#28 결혼 못하는 남자 / 오자키 마사야(극본) 하사구치 이쿠요(글)

2012.09.18-2012.09.26 도서실에 갔다가 일본 소설이 읽고싶어서 집을 책이다. 그런데 초반에 조금 읽다보니 예전에 우리 나라에 이런 드라마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찾아보니, 맞다! 그 드라마의 원작. 원래는 일본에서 드라마 각본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드라마가 워낙 히트를 치면서 소설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도 제작되었던 것이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주인공을 내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그려보고 움직여볼 수 있는 상상력에 있는데, 계속 지진희와 엄정화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들이 내 머릿속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 드라마를 본 건 아니지만 그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래서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성공하기 힘들다. 독자들의 상상력은 어떻게든 충족시..

책이야기 2012.09.26

#27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

2012.09.24 이외수하면 대학 시절 '장외인간'이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외수라는 작가의 대단한 깊이와 통찰에 감탄했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지 짧막한 토막글을 모아 펴낸 이런 책은 왠지 작가 이외수의 진면목을 보기 힘든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나는 여자이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여자를 모르겠다. 사실 남자도 모른다. 나를 잘 알기도 힘든데 내가 다른 사람들을 알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래도 명확한 것은 나를 알아야 하고 내 세상의 크기와 깊이를 확장해 나가는 일이 우선되어야, 잘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보니 세상은 참 악으로 부패해 가고 인조..

책이야기 2012.09.24

#26 철학을 권하다 / 줄스 에반스

2012.09.05-2012.09.18 요즘 매일 가벼운 책들만 읽어서 왠지 무거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졸업하고 선생님을 하고 있는 선배가 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졸업하면 당장 30명의 아이들과 부모 60명까지 100명의 가까운 사람들이 너가 어떻게 교육을 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본다. 교직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대학생 시절에 교육철학을 잘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철학? 철학? 그 단어에서 오는 무게만으로도 선배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가 되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 선배의 말이 왜 이리 시시콜콜 다 맞게만 느껴지는지... 나도 나름의 교육철학은 있다. 근데 절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 쌓인 경험과 나의 생..

책이야기 201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