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4 리버보이 / 팀 보울러

릴리06 2012. 10. 22. 15:32

2012.10.18-2012.10.22

 

 

사실 이 책이 청소년 도서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동 도서에서도 배울 점이 모두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지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을 가다듬으며 읽기 시작했다.

 

보통 인생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를 많이 한다. 처음에는 작은 샘물에서 시작해서 좁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돌에 걸릴 때도 있고 순탄하게 내려갈 때도 있고 때론 빙 둘러갈 때도 있다. 하지만 강물의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이 고난과 슬픔, 기쁨과 환희가 함께 섞여 있지만, 행복한 순간도 힘든 순간도 모두 강물의 큰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제 인생을 마감하려는 할아버지와 그 할어버지가 손녀에게 해주고 싶은, 그리고 많은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 리버보이를 내세워서 풀어나가고 있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판타지적 요소인 리버보이의 등장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선 눈물 한 방울도 함께...

 

-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헐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 울어야 할 순간에 울음을 참으면 병이 난다.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소설 속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아빠를 떠나보내야 했던 불과 몇 개월 전의 일들이 계속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성인인 나에게 어쩌면 가벼울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 절대 가볍게 읽히지 않았다. 나는 아직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할만한 준비가 안 된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일이 너무나 일찍 나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나를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별의 인사를 나누며 인생을 정리하는 과정, 이 과정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우리 아빠를 떠나보내면서 더욱 힘들었던 점은 너무나도 참기도 힘든 극도의 슬픔 속에서 남은 사람들을 누군가를 먼저 떠나 보내기 위해서 용기를 내야한다는 점이었다. 그 용기는 나 스스로 어쩌면 타인에 의해서도 반드시 내야만 하는 용기이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목부터 메여오고 눈물이 줄줄 흐른다.

 

병원에 있는 한달 반동안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했는데, 곧 퇴원한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 영정사진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의 마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슬프고 힘든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나니 이젠 내 삶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몇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 전에 아빠가 지갑에 친구들 사진만 있고 자기 사진이 없다며 서운해 했던 것이 생각나 다이어리에 아빠 사진을 넣어뒀고,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쓰라고 주시려고 했던 돈도 내 지갑 깊숙히 자리해 있다. 그리고 평소 연락도 자주 안한다며 많이 서운해 하셨는데, 왜 이리 서운해 했던 것만 생각이 나는지 후회만 많다.

 

고등학교 때 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면 데리러 와주고 서울에서 내려갈 때도 집앞에서 마치 기다리는게 아니었던 척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 아빠의 마음을 몰라줬던 내가 무뚝뚝한 성격이어서라고 변명하기도 미안한 이 마음을 어떻게 갚아나가야할지 모르겠다.

 

아빠,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했을 때 한번 갔었더라면.

내가 다정하게 다시 아빠한테 안부전화 할 수 있다면,

아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랑스러운 딸이었다면,

아빠가 그렇게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자는 아빠를 깨우기 싫어서 서울로 돌아오던 날, 깨워서 인사라도 했었다면,

 

무엇보다

우리에게도 안녕이라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