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브루클린에서 뉴욕의 마지막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브루클린은 뉴욕시의 다섯개 행정구역중 한 곳이다.
점심은 내가 뉴욕에 오기전에 뉴욕을 간다고 하면 갔다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첫번째 레스토랑으로 꼽아준 피터루거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먹기로 했다. 100년이 넘은 스테이크 집으로 이미 인정을 받아온 곳이다.
식전빵도 넉넉히!
스테이크와 사이드를 추천받아서 토마토와 양파 슬라이스를 시켰다. 아무런 조미도 요리도 되지 않은 그저 싱싱해 보이는 이 토마토와 양파에 이곳만의 스테이크 소스를 함께 뿌려 먹으면 스테이크에 곁들이기 좋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했는데 먹다보니 오히려 익히거나 굽고 데친 야채보다 더 스테이크와 잘 어울려서 놀라웠고 다음에 한국에서 소고기를 먹을 때 이렇게 같이 먹어봐야겠다고 생각도 했다.
판매도 하는 이곳만의 스테이크 소스
스테이크는 미딤엄 레어로 시켰는데 썩 맛있게 사진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도 많고 부드러웠다. 스테이크 수준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이고 아주 배부르게 든든하게 먹었다. 먹으면서도 앞으로 계속 생각날 것 같은 맛이고 며칠 더 시간이 남아 있으면 한 번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서는 황금 초콜렛과 함께 주는 센스!
나와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같이 나온 외국인이 찍어주겠다고 해서 부탁했다. 그런데 위에 라인을 칼같이 잘 맞춰서 엄청 잘 찍어줬다. 서양인들은 가만히 있는데도 사진찍어줄까? 잘 물어본다. 그러면 사실 별로 안 찍고 싶어도 고맙다며 찍어달라고 하고 잘 찍었다고 칭찬하고...이 사람들 참 오지랖이 넓다.ㅋㅋ
피터루터는 윌리엄스버그 근처에 있어서 이곳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맨하탄의 비싼 물가로 인해 밀려나온 배고픈 예술가들은 오늘 둘러볼 윌리엄스버그와 덤보 지역을 중심으로 개성있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동네 곳곳에 재미있는 작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소규모 개성있는 상점들이 모여있어 가게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은 100년도 넘은 모자 가게인데 엄청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가 있어서 평소에 써보지 못한 디자인의 모자도 직접 써보고 재미있었다.
이 동네 가게에서는 SALE을 잡지에서 직접 오려서 붙여놓은 곳이 많이 있었다. 이런 작은 아이디어가 가게를 더 감각적으로 부각시켜주는 것 같았다.
스테이크를 엄청 많이 먹었더니 배가 불러 커피가 먹고 싶었다. 많이 걸어 다리도 아프기로 하고 쉴겸 지나가다 커피 가게로 들어갔는데 커피만 판매하는 커피 전문저이었다. 카페인에 예민한 은진이도 맛있는 라떼 한잔 마시고 나도 커피를 마셨다. 커피도 분위기도 만족스러운 카페였다.
벽을 뚫어 센스있게 인테리어도 했다.
커피가 맛있어 기분이 좋았는지 갑자기 쌩뚱맞게 옛 생각이 나면서 피식피식 웃음도 났다. 갑자기 웃어버려 민망해 엎드렸는데 은진이가 찍은 사진에 빨대가 내 눈을 가리는 절묘한 타이밍이 ㅋㅋ 내 눈은 빨대로도 가려지는 아주 미세한 녀석이다.
에너지 충전하고 윌리엄스버그부터 덤보까지 걸었는데 사진은 훅 뛰어넘지만 엄청나게 많이 걸었다.
덤보로 가던 길에 지난 곳이 유대인 거주지역이었는지 유대인 특유의 검은 양복과 모자, 꼬불꼬불한 구렛나루를 내린 남자가 내 눈 앞에 동시에 10명 가까이 움직이고 옆머리 기른 남자 아이들, 그리고 안네가 튀어나온 듯한 의복을 입은 여성들까지 보는 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다. 사실 이런 전통을 고수하는 유대인을 보기란 쉽지 않은데 뉴욕에서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뉴욕은 유대인을 빼고는 설명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유대인의 영향권에 있는 곳이라고 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걷고 걸어 드디어 덤보에 도착했다. 이곳은 무한도전 팀이 뉴욕에 와서 화보를 찍은 곳으로 한국인들에게 많이알려진 곳이다. 뒤에 맨하탄 브릿지 사이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인다.
화보는 아니더라도 나도 사진 한 장!
걸어오느라 수고한 내 발목을 쉬어주기 위해서 브루클릭 아이스크림 팩토리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시켜먹었다. 사실 왜 유명한지 모를 평범한 맛이었다. 그냥 위치가 좋을 뿐!
그래도 맛있게 냠냠
뒤에 보이는 브루클린 브릿지와 로어맨하탄의 풍경을 보러 이곳 브루클린 하이파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한참 벤치에 앉아서 마지막 석양 풍경을 지켜보면서 카메라에 눈에 맨하탄을 담았다.
이제 하나둘씩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마지막 식사를 하러 그리말디 피자집으로 갔다.
이곳 피자는 뉴욕에서도 최고라고 손꼽히는데 작은 사이즈와 큰 사이즈가 있다. 2불밖에 차이가 안나서 늘 큰 피자를 시키려고 하지만 스몰 사이즈의 피자도 우리나라 패밀리 사이즈 수준이라 그냥 작은 것으로 시킨다.
오늘은 토마토, 페퍼로니, 버섯 세가지 토핑을 올렸다. 이곳 피자가 맛있는 건 치즈가 정말 신선한 느낌이다. 모짜렐라 치즈의 쫄깃한 식감까지 살아있는 치즈인 것 같다. 오늘도 역시 다 먹어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모조리 먹어치웠다.
마지막 식사까지 완벽하게 하고 우리는 맨하탄 야경을 바라보며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마지막 밤의 장소로 이보다 완벽할 수 없을 것 같다. 야경도 날씨도 내 마음도 모두 조화롭다.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번잡한 42번가로 돌아왔다.
브루클린은 맨하탄에 비해 한적하고 물가도 저렴하고 분위기도 더 좋다. 맨하탄에 볼거리가 많이 몰려있어서 브루클린에 숙소를 정한다면 다소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맨하탄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시간이 더 천천히 갈 것만 같다.
그래!
다시 오면 그 땐 브루클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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