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81 스페인 너는 자유다 / 손미나

릴리06 2015. 5. 30. 01:19

2015.05.18-2015.05.29

 

지금은 새벽 1시가 넘은 늦은 밤이다. 괜히 센치해지는 시간이다.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며 스페인 관련 책으로는 거의 고전인 손미나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서 읽었다. 예전에도 한 번 읽다가 문체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만둔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찬찬히 읽어보았다.

 

요즘엔 책 리뷰를 쓸 때마다 오랜만의 리뷰라는 말을 붙이는 것 같다. 그만큼 책을 보지 않고 있다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마산으로 교환근무를 온 이후에 학교생활은 정말 재미있고 지금까지 못 느껴봤던 아이들과의 유대과 긴밀함이 느껴져서 새로운 마음까지 든다. 막연하게 우울하고 불안했던 마음은 크게 가라앉은 것 같다. 서울에서 정체되고 고여있는 삶에 큰 변화를 주지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위기감이 나를 이곳까지 오게 했지만 결과는 역시 변화 속에는 답이 있다는 것이다.

 

-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피라미드의 보석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자기가 가진 양들을 포기하지 못해 방황하는 목동 산티아고가 등장한다. 고심하던 산티아고는 결국 용기를 내어 양들을 버리고 길을 떠나 피라미드에 도착하지만 그곳에 가서야 보물이 자기 집 마당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눈 앞에 이득에 눈이 멀어 정말 소중한 것을 찾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행하고 싶지는 않다.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 

 

- 남성성을 뽐내며 마음껏 여자들을 범하고 원하는 대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거침없이 살던 야생의 투우는 신랑, 화려한 복장으로 물레따 속에 에스빠다를 숨기고 투우를 유혹해 결국 무릎을 꿇게 만드는 투우사는 신부, 그 어느 곳으로도 빠져 나갈 수 없이 그들을 가두고 있는 투우장은 결혼, 그리고 숨 막히도록 긴장감 넘치는 투우경기는 신혼 첫날밤이라는 것이다.

 

투우에 대한 흥미로운 학설이다. 이번에 스페인에 가면 꼭 투우를 한 번 보아야겠다. 비록 요즘에는 동물학대로 인한 문제가 많아서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 애인이 바람을 피웠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한 감정이기 때문에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만일 사랑하는 이가 바람을 피웠다면 그것은 사랑을 지키지 못한 사람의 잘못이므로 슬퍼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을 원망할 수는 없다는 식이었다.

 

- 유부녀인 야디라가 너무나 멋있는 남자를 알게 되어 사랑에 빠졌다고 했을 때도, 애인이 있는 파비올라가 새로운 스페인 애인이 생겼다고 했을 때도 친구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일단 축하한다는 반응이었다.

 

책임이 없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의 애인의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의 감정도 존중하라? 내가 사랑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다. 사랑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있어야 한다.

 

- 내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나의 스페인 친구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 아니면 슬퍼하지 말 것이며 인생을 뒿흔드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웃어버리고 어깨를 툭툭 치며 조언을 해주곤 했었다.

 

- 정리하고 포기하는 일을 훨씬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도 나에게 찾아온 커다란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나는 정리하고 포기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럴 수 있다고 덤덤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너무 가치관이 없나? 혹은 너무 관대한가? 맹목적인 상대주의에 빠져있나? 생각도 든다. 하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면 좋으면 추억이고 나쁘면 경험으로 남겨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