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아침 기차로 로마로 이동했다. 로마의 숙소도 떼르미니역 코앞에 있는 UNA호텔이다. 넓진 않았지만 깨끗하고 침대가 커서 마음에 들었다.
우드와 가죽으로 된 실내장식은 고급스럽고 깔끔해 보여서 좋았다. 12시 전에 갔는데 운이 좋게 체크인할 수 있었다.
짐을 풀어놓고 점심을 먹으러 역근처에 식당으로 갔다. 미리 알아본 곳이었는데 이곳은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리조또도 밍밍하고 파스타도 그냥그냥 그럼ㅋㅋ 그러고 보니 예전 여행에서도 정말 로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파스타는 우리 나라 파스타가 최고죠! ㅋㅋ
오늘은 3시부터 로마 시내 투어가 있어서 스페인광장 앞으로 갔다. 아쉽게도 계단은 보수 중이라서 들어갈 수 없었고 앞에 난파선 분수만 구경할 수 있었다. 로마의 물빛은 정말 맑고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저 계단에서 오드리햅번이 젤라또 먹는 모습을 많이 흉내내곤 하는데 이젠 음식 섭취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광장 주변은 치외법권 지역으로 교황이 만든 지역인데 프랑스와 스페인의 다툼이 심해지자 교황이 교황청에 더 호의적인 스페인의 편을 들어주어 스페인 광장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 계단과 성당은 사실 프랑스의 것이다.
이 난파선 분수대가 오늘 계속 듣게되는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스페인 대사관 앞에 성모상은 마리아의 원죄가 없다는 교리를 선포한 것을 기념해 만든 것으로 해마다 대축일에 바티칸 소방관들이 성모상에 화환을 걸어준다고 한다. 평생 불을 꺼본 적이 없다는 바티칸 소방관ㅋㅋ
골목 안에는 베르니니의 생가가 있는데 현재는 기념품 가게이다.
물을 멀리서부터 끌어다 도시 곳곳으로 보내는 기술이 2000년 전부터 발달했던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 트레비 분수이다. 하나의 대리석을 깎아서 만든 조각이라고 하는데 끊임없이 물이 쏟아져 나온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정말 사진을 찍으려다 화날 뻔ㅜㅜ 결국 포기했다.
오늘 시내투어 가이드님은 참 열정적이고 많은 것을 알려주시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는 말이 너무 많아서 별로라고ㅋㅋ 일정에 없는 곳인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성당이라고 데려간 성이냐시오 성당!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내부는 정말 화려하고 내부 벽화가 볼만한 곳이었다. 예수회를 창성한 성이냐시오를 위해 헌정된 곳이다.
좁은 천장을 높게 보이기 위해서 그린 천장화는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어디까지가 건물, 조각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눈을 의심케 했다.
원래는 돔을 만들 예정이었지만 지반이 약해서 못올렸다는 둥, 주변 햇빛을 가려서 못올렸다는 둥 여러가지 이유로 만들지 못하고 그림으로 그려넣은 것이다. 한참동안 뚫어지게 쳐다보게 만드는 돔 (그림)이었다.
내부의 다양한 색상의 대리석도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성당이었다. 엄마는 이 성당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고 했지만 이틀 뒤에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을 다녀온 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ㅋㅋ
다음으로 간 곳은 판데온이다. 미술실에서 자주보는 아그리파에 의해 처음 건축되었다. 처음에는 다양한 신을 모시는 신전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성당으로 개축되어 사용되었다. 저 뒤에 돔은 실제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2000년 전에 어떻게 저렇게 큰 돔을 만들 수 있었을까?
마감시간 다 되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가이드님의 열정적인 가이드덕분에 ㅋㅋ
돔에는 9m 지름의 천장 구멍이 있다. 판테온의 유일한 채광창이다.
이곳에는 르네상스 3대 거장 중의 한 명인 라파엘로가 잠들어 있다.
이건 누구의 무덤이더라...-_-
사목사목 걸어서 나보나 광장으로~
실제로 2000년 전에는 경기장이었으나 지금은 베르니니의 4대강 분수와 그의 라이벌 보로미니가 건축한 아고네 성당이 마주보고 있어서 유명한 곳이다. 5년 전에 이곳 광장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새롬언니랑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새록새록났다.
실제로 베르니니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음에도 제자들이나 라이벌에게 질투를 심하게 하여 나쁜 방법으로 앞길을 막았다고 한다.
보로미니의 성당이 불안해서 쓰러질 것만 같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한 조각상을 만들었다.
보로미니는 분수대 쪽으로 눈도 안돌리는 성 아그네로 화답했다고 ㅋㅋ
버스타고 이동한 베네치아 광장
로마의 중심에 있지만 로마 사람들이 정말 싫어한다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기념관이다. 웨딩케이크라고 불리며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2000년 전의 로마 유적지를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만든 건물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로마인들에겐 흉물이었을지도...
지금은 100년이 넘게 되었지만 로마에선 그저 애기 건물일뿐이다. 실제로 20세기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 4채밖에 안된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만큼 로마의 건물이 오래되고 실제로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삶인 곳이 로마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야경 포인트가 되고 있다.
베네치아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앞에 16세기 베네치아 궁전이 있기 때문이다. 저 발코니에서 무솔리니가 세계 2차 대전 참전을 선포한 것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통일 기념관 옆에는 캄피돌리오 광장이 있는데 올라가는 계단부터 심상치 않다. 미켈란젤로가 구상하여 만든 곳으로 폭이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넓이를 넓게 만들어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주지않는 신기한 계단이다.
헉;;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3대 광장으로 뽑히는 캄피돌리아 광장은 찍지 않았네!!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광장인데 생각보다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미켈란젤로가 넓어보이도록 착시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가이드가 보여준 하늘에서 바라본 광장은 바닥의 무늬가 예뻤다.
바로 옆에는 포로 로마노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해질녘이라 그런지 더 멋있기도 하면서 더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가이드의 설명을 쭉 들으면서 오는데 참 로마가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에는 그냥 유적지 많은 오래되고 조금은 지저분하고 불편한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게 신기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와 같은 로마의 로물루스와 레무스이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는 로마의 카피톨이라는 도시를 건설했는데 그 말이 캐피탈의 어원이다. 결국 형제의 난이 일어나고 승리한 로물루스가 이겨서 로마가 시작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시 곳곳에서 이런 동상을 찾아볼 수 있다.
성지순례자들을 위한 안내 픽토그램이라고 한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에 카이사르 시저의 동상이 있는데 다 지나버린 세월과 권력을 비웃는 듯이 머리 위에 큰 새가 앉아있다. 비둘기는 아니고 갈매기....바다도 아닌데 생각보다 유럽 도시에는 갈매기가 많다.
그리고 동상 받침대에 써있는 S.P.Q..R
오늘날 로마 시의 모토이며 수많은 공공 건물, 분수 심지어 맨홀 뚜껑에도 써있는 말이다. '로마의 원로원과 인민'이라는 뜻인데 그만큼 로마가 시민을 중시한 도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마는 도시 곳곳이 유적지이다. 그래서 워낙 유네스코에서 배당되는 돈이 많아서 이제 돈도 안준다고 한다.
실제로 지하철 C선 공사 중에 대리석 바닥이 나오면서 공사가 중단되어 있었다. 오래된 도시이고 어마어마한 관광 도시이지만 지하철이 겨우 2개선 밖에 없는 것은 땅만 파면 유적지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새로 건물을 짓거나 공사를 하면 기존의 것을 다 덮어버리고 그 위에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땅만 파면...이렇게...ㅋㅋㅋ
마지막 코스 고대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이다. 글래디에이터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시합이나 맹수연기, 그리스도교 박해 시대에는 학살의 장소로 이용되었지만 로마 시민들에게 공공 오락시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대리석으로 치장된 매우 화려한 곳이었다. 그런데 서로마제국이 망하고 황폐화되었는데 로마로 돌아온 사람들이 대리석을 떼어 가서 지금은 로마의 건물 각지에 흩어져 있다.
약탈이라기 보다는 그냥 로마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해가 넘어가버린 8시 반까지(원래는 7시까지인데) 가이드님이 투어를 진행해주셨다. 4시간 투어가 만만하게 봤는데 생각보다 마지막에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머릿속에 로마로마한 그림들이 많이 그려진 하루여서 좋았다.
배가 고파온다. 주변에 가이드님 추천 맛집으로 고고
일단 맥주부터 드링킹
도우가 담백하다고 엄마가 나빠하진 않았던...하지만 난 저 새우가 싫었다. 근데 도우는 정말 맛있었다.
아르헨티나 소고기라고 해서 시켜봤으나 아르헨티나 스테이크 반밖에 못따라감ㅋㅋ 스테이크는 두께가 생명인데ㅋㅋ 단백질 섭취하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배부르게 잘 먹고 숙소까지는 천천히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 왔다.
씻고 자려는데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처럼 이 채널, 저 채널에서 다 중계하지 않고 딱 한 채널에서만 해준다. 근데 어...우리 나라 선수랑 이탈리아 선수 유도 경기라서 중계를 해준다. 신나게 봤는데 결승전이었음ㅋㅋㅋ 근데 짐 ㅜ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
로마는 하루 아침에 세워진 것이 아니다.
이런 명언들은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었던 2000년 전의 영광과 힘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오늘 내발로 둘러본 모든 곳이 그것들을 증명한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로마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먼나라 이웃나라 이탈리아편이 집에 있는데 읽어봐야지 생각했지만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지 열흘이 넘었지만 찾아보지도 않았다. -_-
'On The Road > 2016.엄마와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D+16] 바티칸 시국 (0) | 2016.11.24 |
---|---|
[D+15] 푸른 카프리 (0) | 2016.10.16 |
[D+13] 종교와 예술의 힘 (0) | 2016.08.14 |
[D+12] 벌써 피렌체! (0) | 2016.08.10 |
[D+11] 가우디의 감동 (0) | 201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