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교사다

[다큐]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 <도덕성편>

릴리06 2012. 3. 18. 20:47

학부모들은 가끔 이런 상담을 하곤 한다.

"우리 아이가 너무 착해서 손해를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순진하다 보니깐 여기저기서 치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 때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생각했었는데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EBS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 5부작 중 2편 <도덕성>


착해면 손해본다는 불편한 진실.

자신의 만족을 늦출 줄 아는 아동들이 장래 학업성적도 우수했다는 장기 연구들이 많이 있다. 이는 빨리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만족, 많은 결과를 도출했다는 만족을 늦출 줄 아는 아동들, 즉 도덕성을 지키며 행동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성적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적뿐만 아니라 사회성, 집중력, 과잉행동, 공격성 측면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도덕성은 아이의 다른 모든 영역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도덕성은 그 아이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우리가 도덕성을 지켜나가기엔 여러가지 변수가 많다.

권위, 경쟁, 재물, 주위 환경

여기서 내가 주목해보고 싶은 부분은 바로 '경쟁'이다.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안에서도 여러가지 경쟁의 상황이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경쟁의 상황은 아직 도덕성 발달이 안 된 아이들을 유혹한다.

옆 친구보다 빨리 해서 스티커를 받아야지.
옆에 친구보다 많이해서 사탕을 받아야지.

더 빨리, 더 많이

내가 혹시 아이들에게 이런 유혹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긴 힘들 것 같다. 아이들이 내 의도대로 느끼고 행동하고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천천히 아이들이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며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어쩌면 나도 더 빠른, 더 많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그 동안 아이들의 도덕성을 유혹해왔는지도 모른다.  

교실 안에서는 내가 충분히 이러한 환경을 컨트롤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경쟁에서 뒤쳐지면 도태되는 자유 경쟁 사회에서 우리가 도덕성을 지키며 사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도덕성을 지키기 전에 지켜야 할 나 자신과 가족, 그리고 내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나라, 한국에서 말이다. 이러한 숨막히는 경쟁이 내가 우리나라에서 살기 싫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내 직업에선 내가 특별히 도덕성을 지키지 못할 유혹이랄 것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숨통이 트이고 여유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부에선 교사 사회도 경쟁을 해야한다고 한다. 경쟁이 없어서 지금 교사 사회가 발전이 없다고 한다.

과연 경쟁만이 능사인가?  나는 경쟁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더 주목해보고 싶다.

도덕성 유혹 성인 실험.

성인 실험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전화로는 10만원의 사례금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진짜 현장에서는 15만원이라고 하며 준다. 그 때 과연 몇 명이나 다시 돌려줄까를 실험하는 것이다.

11명 중 돌려준 사람은 4명, 36%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15만원이 맞았다는 듯 돈을 받아간다. 나중에는 이것이 실험이었던 것을 알고 부끄러워하지만 도덕성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종이 한 장 차이도 안난다.

나는 어땠을까? 생각을 곰곰히 해봤다.

나라면 10만원 아닌가요? 하고 한 번 더 물어볼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생각일 뿐 막상 그 상황에 닥치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중학생 때, 주관식 답을 확인하라고 선생님께서 답지를 나눠주셨는데  틀린 답을 맞다고 하셨길래 말씀드렸다.
대학생 때, 환전을 하러 은행에 갔는데 은행원 준 돈을 확인해보니 20유로를 더 줘서 돌려줬다.
성인이 되어, 마트에서 잔돈을 더 많이 줘서 돈을 돌려줬다.

이런 경험들로 미뤄보아 돈을 돌려줬을 것 같다. 위와 같은 행동을 할 때도 선뜻 당연히 그렇게 행동하였다기보다는 내가 이 돈 몇푼에 내 양심 내 도덕성을 버릴 수는 없다는 도덕적 인지판단이 있었다.

그러나 당연히 나도 내 도덕성을 유혹하는 상황에서 무너진 적도 번번히 있었다.

이제는 내 도덕성과 아이들의 도덕성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인생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와 의미를 알기 위해선 우리는 먼저 도덕성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