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

[영화] 우리 학교

릴리06 2012. 4. 3. 23:34

다문화교육입문 수업 중에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의 책 [언어의 감옥에서]이 토론 주제로 떠오를 때 교수님께서 툭 던져주신 영화 '우리 학교'

우리 학교는 일제침략, 해방, 분단의 한반도 상황에서 일본으로 넘어갔던 많은 조선인들이 세운 학교를 의미한다.

일본으로 넘어온 조선인들은 현재 살고 있는 나라 일본, 분단된 조국의 두 나라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혼란의 상황에 놓여있다. 많은 조선인들이 현실적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하거나 남한의 국적을 취득했을 때의 이득을 생각하여 남한 국적을 선택하지만 많은 조선인은 아직 '조선'이라는 진작에 없어진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온갖 핍박과 차별을 일본땅에서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두 단체가 있는데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과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바로 그것이다. 조총련은 해방후 처음생긴 재일동포 단체로 친북한계 재일본인 단체이다.  민단은 조총련에 대항하면서 재일교포의 권익을 옹호하려는 우익단체이다. 다른 나라에서 당하는 차별을 생각하면 하나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이미 재일동포도 우익과 좌익으로 분열되어 있는 형세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훗카이도 조선학교는 조총련의 교육 사업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들이 지켜나가고 있는 민족성, 문화는 북한의 것과 더 가깝다는 것을 밝혀둔다.

재일 동포들이 일본 사회의 차별로 힘들어할 때, 북한에서는 많은 재정적인 지원으로 교육사업이나 문화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왔지만 한국 정부서는 일본 정부에 떠넘기는 식의 정책을 펴면서 재외동포를 등한시 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옆에 있는 아이들과 같은 것들을 추구한다. 또래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사회화가 이루어지는데 재외조선인들은 자신이 주변의 또래집단의 아이들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혼란을 겪는다. 이러한 혼란은 쉽게 자신의 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 장면1 - 감격의 졸업 여행을 조국으로 떠나다.

우리 학교 고급부 3학년 학생들은 졸업여행으로 말로만 듣던 조국, 북한으로 졸업여행을 떠난다. 만경봉호를 타고 북한으로 간 아이들은 조국을 땅을 매우 감격적으로 밟는다. 모든 사람들이 나와 생김새가 같고 똑같은 말을 하는 동포라는 것이 믿기지 않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질러도 저고리를 입고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이 없는 평화로운 조국의 모습에 아이들은 감동한다. 민족과 국가가 같은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나에겐 다소 생소한 모습이지만 그들에게는 꿈만같은 여행이다. 조국에 다녀오고 난 이후로 그들의 정체성은 더욱 확고해진 것 같아 보였다.

# 장면2 - 일본 우익 세력의 만경봉호 입항 저지

졸업 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은 일본 우익 세력들에 의한 입항 저지 시위를 만난다. 이 때 뿐만 아니라 재일조선인들은 북한의 돌발행동이 있을 때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 많으며 그 때마다 선생님들이 불침번을 서기도 한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학교로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국가적 정책 지원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조선의 국적을 버릴 수 없는 이유, 그 간절함, 조국, 과연 그것들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드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 장면3 - 저고리를 입는 여학생들의 불만에 대한 토론

우리 학교는 일본의 최북단의 섬 훗카이도에 있는 유일의 조선인 학교이다. 겨울이 되면 눈이 머리까지 쌓이고 아무리 껴입어도 추운 지역인데 여학생들은 반드시 저고리를 입고 등교한다. 남자들은 바지와 셔츠를 껴입을 수 있지만 여학생들은 저고리밖에 입을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얼마나 추울까 싶다. 하지만 고급부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본에서 민족성 지키는 것 하고, 남조선에서 민족성을 지키는 것은 조금 질이 다르죠. 남조선에서는 내면적인 것을 잘 지키고 있으면 지키고 있다가 되지만 우리 일본에서 사는 재일동포들은 내면에서만 지키고 있어도 외면에 나오지 않으면 그것이 점점 내면에서도 침투해가고 결국 일본사람하고 같이 되죠. 그런 것이면 안되니까 치마저고리도 입어야 하고, 우리말도 지켜나가야 하죠.'

'역시 어지럽게 입으면 일본 학생의 짧은 치마하고 너무 다름이 없죠.'

'춥지만 귀엽고, 그것을 입으면 뭔가 조선 사람으로서의 의식이 커진다고 할까 나에게 용기를 준다고 할까.'

이 추운 지역에서 치마저고리를 입는 다는 것은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민족성을 지키고자 하는 재일동포의 의식이고 용기이다.

다문화교육 대학원을 다닌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직은 단일문화권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다양한 문화권 안에서 아이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상처만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능하다면 단일 문화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내 소속감과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아이들에게는 주어져야 한다. 다문화상태, 특히나 문화를 구분지어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의 편견이 형성되어 있을 때 아이들이 갖는 가치 혼란 상태는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그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선택한 전공이 참 어려우면서도 가치있는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