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4-2012.08.21
앞에 몇 장을 넘기며 '역시, 박완서는 나랑 잘 안맞어.'라고 지난 기억을 상기시켰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따라갈 수 없는 삶과 생각의 깊이와 솔직한 필체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한국 전쟁 중 박수근 화백과 같이 미군에서 일을 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정말 역사의 산 증인과 같은 분이셨구나...
이 책의 제목을 보니 이 시가 떠오른다.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을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을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음으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하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로버트 프로스트 -
-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숩다. 내 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진다.
- 내가 잃은 기둥에 비해 그 아이는 겨우 콩꼬투리만 하였으나 생명의 무게에 있어서는 동등하다.
-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우리를 덜 절망스럽게 하고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거야말로 바로 문화의 힘일 터이다.
- 내가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쳤던 것은 방화범 개인의 뻔뻔함이 아니라 아무리 저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받들어온 경제제일주의가 길들인 너와 나의 얼굴, 그 황폐한 인간성에 대해서였을 것이다.
- 그게 끝이라니, 카타르시스가 안 된다는 게 그렇게 찜찜한 것인 줄은 몰랐다.
- 독자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당시의 마음상태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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