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9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릴리06 2012. 11. 12. 01:00

2012.11.11

한 달 전쯤인가 어린 왕자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은 되는데 도서관에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못 읽고 있다가 ipad 교보 전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간단하게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서 참 편리하고 여행 가서도 책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잘 익혀두었다가 발리가서 요긴하게 써야지.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머리가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지금 아이들 눈에 일일이 설명해 줘야 아는 '어른'의 모습으로 보일까?

 

20대가 되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한 해 한 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 부담은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의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은 뭐든 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지지 않을 것만 같아서... 내 마음이 늙어가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내가 길들이고 길들여진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

그만큼 책임감도 많아진다는 것,

 

쉬운 책같지만 정말 어려운 책이다.

 

- 어른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하니 어린 나에게는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어른'인 선생님의 눈으로 평가받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하긴, 아이들의 설명을 듣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클 때가 많다.

 

-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뱀)

 

-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여우)

 

-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여우)

 

-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길들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여우)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정말 중요한 것을 볼 수 있을까? 본질을 흐리는 현상에 속으면 안된다.

 

-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으니까.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여우)

 

여우의 말 중에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다.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나에게 길들여지고 내가 길들여졌으면 나에겐 특별한 물건이 되는 것처럼, 어쩌면 인생은 나를 세상에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 "사람들은 서둘러 급행열차에 오르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찾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늘 분주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