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2013.지구반대편남미

[D+8] Chao, Argentina

릴리06 2014. 1. 5. 21:02

오늘 아르헨티나를 떠나 볼리비아로 간다.

이과수에서 볼리비아 들어가는 방법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육로로 이동하면 최소 2박 3일에 20만원 정도 들고, 비행기로 이동하면 20시간(비행 시간과 환승 대기 시간 포함)인데 돈은 60만원! 우리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하루 고생해도 내일 오전에는 볼리비아 수크레에 도착해 있겠지?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로비에 앉아서 말미잘 아저씨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쭉 들었다. 오십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과 함께 세계일주를 떠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이렇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것 같다.

나도 그런 꿈을 많이 꾼다. 언젠가 선생님이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을... 지금은 구체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지만 계속 생각하고 계속 준비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살고 있지 않을까? 나의 아우라는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니모를 데리고 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다.

식당 안에는 큰 나무가 그대로 자라고 있었다. 우리나라였으면 나무를 베어버리거나 나무가 없는 곳에 식당을 지어야한다고 생각했을텐데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이 좋다.

그런데 피자가...피자가...피자가 안나온다. 1시 40분에 공항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야하는데 피자가 25분에 나왔다. 이건 분명 주문이 안들어간게 틀림없어!! 100배에 나온 식당이었는데 100배 가이드북으로는 남미에서 맞는 것도 되는 것도 없다. 100배 불매운동하고 싶다.

계속 재촉해서 받은 피자!
맛은 있네!

이렇게 큰 피자가 한 판에 만원 정도씩이다.

우리는 빨리 먹고 급하게 숙소로 갔는데 10분전에 우리를 기다리다 버스는 떠났다고... 이건 100배의 저주라며 우리는 택시라도 빨리 타야해서 터미널쪽으로 나와서 택시를 바로 탔다. 그런데 니모와 말미잘이 같이 오고 있는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인사를 못하고 온 것이 아쉽지만 니모와 말미잘이 쓴 글이 너무 재밌어서 블로그에 계속 들어갈 것 같다.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한쪽에 창문이 7개밖에 되지 않는 엄청 작은 비행기도 보인다. 폭포 구경용인가?

우리도 이제 비행기를 타자!

오늘의 비행스케쥴은 이과수-부에노스아이레스-산타크루스-수크레

문제는 우리가 볼리비아 비자를 받지않고 아무런 준비도 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은 이전 도시 영사관에서 비자를 받아가는데 공항에는 서류 없이도 돈만 55달러 주면 바로 비자를 준다고는 하는데 정보가 많이 없어서불안하다. 과연 무사히 볼리비아를 들어갈 수 있을지!

비행기 이륙!

그런데 밑에 이과수 폭포와 악마의 목구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보인다.

간단한 스낵을 주는데 박스가 예쁘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관광지를 알리는 광고지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비행은 아무것도 아니지! 금방 부에노스 아이레스 도착!

국내선으로 들어와서 국제선 가서 갈아타야 해서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혹시 몰라서 그 돈까지 남겨놓았는데 공항연결라는 무료 티켓을 준다. 오예~ 200페소 남은 돈은 허지 스노우볼이랑 나의 마그넷 사는 돈으로 !

면세점을 잠깐 둘러보고 우리는 바로 라운지로 갔다. 여기 라운지는 매우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디자인적으로 잘 꾸며져 있었고 음식도 스낵, 소세지, 타스타, 빵, 샐러드, 커피, 각종 알코올 및 음료 등이 잘 갖춰있어서 저녁을 먹지 않은 우리에게 좋은 식사가 되었다.

하지만 샤워시설은 한 곳 밖에 없어서 세수만 했다. 그래도 오늘은 땀을 흘리지 않아서 괜찮았다.

비행기는 30분 딜레이 되었지만 1시간 30분정도 늦게 출발했다. 어차피 산타크루스 가도 가만히 있거나 피곤해 하거나 둘 중에 하나니까 특별히 나쁠 건 없다.

비행기에서 볼리비아 입국신고서랑 세관을 나눠주는데 뭐가 이리 많은지 세 개나 썼다. 비자도 안받고 들어가는데 입국이 까다로운 건 아닌지 걱정 되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이미 들어온걸 어떻게하겠어 싶기도 ㅋㅋ

빵은 맛있는데 사이에 소스나 야채가 없어 목 막힌다. 켁켁

세 시간의 피곤한 비행 끝에 산타크루스 비루비루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눈을 부릅 뜨고 바자라고 써있는 창구를 찾으려고 했지만 바로 이미그레이션이 나타났다. 공항 직원에게 조심스러운 눈빛과 함께 '비자'라고 이야기 했다. 우리는 비자가 없이 너희 나라에 입국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리는 제스처와 함께!

오오 그런데 직원이 알아들은 듯 기다리란다. 그냥 계속 기다리란다. 그러나 결국 줄이 다 줄어들어 비자 없이 우리는 입국 신고를 하게 됐고 비자가 없다고 하니까 다른 곳으로 연결해주며 기다리라고 한다. 전화해서 내려오라고 했다며...10분 뒤쯤 온 남자는 볼리비아에 처음 왔어? 얼마나 있을거야? 그것만 물어보더니 360볼이나 55달러를 내라고 해서 달러로 110달러 내로 간단하게 볼리비자 비자 겟!

다행히 입국신고를 마치고 볼리비아에 입성했다.

이 곳은 산타크루즈 비루비루 공항의 출국장이다. 정말 이름처럼 비루하다. 우린 여기서 8시간 대기하고 드디어 최종목적지 수크레로 간다!

오늘은 공항 이름처럼 우리도 비루하므로 내 사진이 없다.

오늘은 그냥 장시간 이동의 날!

반가워, 볼리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