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을 가져오길 잘 했다. 레깅스를 입고잤지만 밤사이 약간 쌀쌀함을 느꼈다.
햇살 좋은 아침이다! 수크레의 따뜻한 볕이 좋다.
우리 숙소는 엄청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는 곳이다. 그만큼 정성스런 아침 밥도 기대되었다. 식당에 가보니 예쁘게 세팅이 되어있다.
빵, 요거트, 계란, 과일이 나오는데 아침에 짠 오렌지 쥬스와 바로 커피콩을 갈아서 내려주는 커피가 너무너무 좋았다. 하나 하나 정성껏 차린 느낌이 드는 기분 좋은 아침 식사다.
숙소 이름 Verde와 어울리는 녹색 식기들까지 세심하다.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숙소에서 그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 이과수 지역에서는 방 안에 에어컨을 빵방 틀어놔도 습도가 얼마나 높은지 빨래가 안말라서 그대로 여기까지 다 가지고 왔다. 여기 햇살에는 2시간이면 바싹하게 다 마른다.
이제 점심 먹으러 방문 잠그고 나간다. 우리 방 앞에 나무도 너무 예쁘다. 아침에 문을 열어놓고 음악들으면서 뒹굴뒹굴하면 참 소소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그 동안 찍은 사진 중에서 몇 장 사진 인화를 했다. 그런데 반갑게도 이 스튜디오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고 계서서 말도 잘 통하고 좋았다.
컴퓨터 사용해서 뽑을 사진 선택하라고 해서 선택중!
내가 주인 같네!
10년 넘게 수크레에 사셨다고 하시는데 편안해서 좋다고 하신다. 그리고 여기엔 각종 한국 식료품과 화장품도 팔고 있었다.
사진을 맡겨놓고 오늘 우리가 점심 먹을 식당 La taverne에 갔다. 이 곳에서는 전체-스프-메인-디저트까지 4코스를 매뉴델디아로 45볼(약7,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싸다고 해서 절대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식재료 하나하나를 다 좋은 것을 사용해서 만들어주는 음식이었다.
볼리비아에서는 돈 쓰는 재미가 있다고 하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적은 돈으로도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또 엄청나게 감탄사를 쏟아내면서 점심 식사를 마쳤다.
어제는 저녁에 가서 제대로 못 본 중앙시장 구경을 갔다. 가는 길에는 어제 교회에서 사람들이 들고 있던 아기 예수 인형과 옷들을 길에서 팔고 있었다. 옷과 악세사리도 따로 팔았는데 옷도 갈아입혀주고 꾸며주고 하나보다.
시장 구경 시작!
과일 가게
소고기 가게
치즈 가게
우리나라 돈가스 같은 음식도 여기서는 많이 먹는다. 이름은 까먹음.
푸딩 가게
시장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러온다. 음악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봤더니 사람들이 쭉 둘러앉아있고 앞에는 예수상을 두고 돌아가면서 춤을 춤다. 현란한 춤은 아니고 두스텝으로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거나 그 자리를 뱅글뱅글 돈다. 그러다가 앞에 예수상을 보면서 성호를 긋는다. 무슨 의식인지 궁금했다.
사진 보면 인형만 가득 쌓여있는 것 같지만 가운데 아기예수가 있는 바구니가 있나보다. 이 곳의 아기예수는 인형을 좋아하나보다.
감자의 원산지인 페루와 그 주변 국가에는 엄청 다양한 종류의 감자가 있다. 우리의 쌀과 같은 곡식이 이들에겐 감자일 것이다.
감자시장
우리는 망고와 무화과를 조금 샀다. 망고는 동남아 지역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맛은 뒤지지 않았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딴 귀여운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과일을 샀다.
오늘은 할 일이 없으니 먹자!
카페에 가서 어제부터 허지가 먹고 싶어했던 티라미수를 먹었다. 정말 신선한 크림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양도 꽤 많음!
카메라를 의식한 아저씨
이제 쉬엄쉬엄 레콜레타 전망대로 올라가자! 수크레가 볼리비아의 행정수도라지만 정말 작아서 왠만한 곳은 다 걸어서 이동 가능하다. 하지만 버스도 있긴하다. 매연을 엄청나게 내뿜는...
전망대도 가까워서 걸어올라가면 된다.
전망대 올라가는 길
전망대에 도착했어요!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보다는 허지은에겐 무서운 개들을 피해 올라오는게 더 힘들었다. 난 다행히도 비둘기가 여기까지 올라오진 않나보다.
레꼴레타 전망대보다 옆에 있는 콜핑호텔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더 멋지다. 콜핑호텔의 전망대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짜잔!
이 곳이 바로 콜핑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우리는 의자를 돌려서 수크레를 바라보면서 손미나의 여행 팟캐스트 탁PD 남미편을 들었다. 한국에서 듣고 온 거지만 여기서 들으니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재미나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먹구름이 보이는가!
먹구름이 점점 하얀 구름을 잡아먹더니 결국 우리가 있는 곳에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바로 밑에 콜핑호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전면 창에서 멋진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이런 멋진 곳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음료 값도 아메리카노가 5볼(800원)밖에 안한다. 이건 뭔지 ㅜㅜ
하지만 우린 무려 8볼짜리 음료를 마시며 해가 지고 있는 수크레를 바라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비도 그치고 해도 지고 우리는 그렇게 전망대를 내려왔다.
저녁이 되어도 길에 사람들이 많고 상점들이 늦게까지 문을 열어서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도시가 수크레다.
고산지대에서는 설익은 음식이 많고 소화가 잘 안되어서 음식을 평소보다 적게 먹는 것이 좋다. 그래서 우린 저녁은 낮에 사온 망고와 엠빠나다를 숙소에서 먹었다.
오늘 남미 여행 10째밤이 저물어 간다. 이 곳에서 여행하면서 뭔가 다른 곳이랑은 다르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뭐가 다른 건지 정확히는 감이 오지 않는다.
여행의 끝이라고 표현하는 남미인데 나는 이 곳에서 여행의 초심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냥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 남미를 조금 맛만 보러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나의 마음의 달라짐이 남미를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일까?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지만 점점 뚜렷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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