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72 정글만리3 / 조정래

릴리06 2014. 3. 28. 16:16

2014.03.23-2014.03.28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술술 읽힌다고 해서 읽었다. 요즘같이 폭풍 일이 몰아칠 때는 머리아픈 책은 사양이다.

 

2006년 1월 상해에 갔을 때 생각했다. 다시는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는 중국에 오지 않겠다고. 하지만 다시 2009년 7월에 북경을 갔고 또 생각을 했다. 다시는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는 중국에 오지 않겠다고... 가이드북 들고 다니는 여행에서는 현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하는데 다들 나를 피하거나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 답답한 점이 많았다.

 

중국 사람들의 중화사상은 세계 각지에 뻗어있는 화교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먹는 장사로는 중국 사람을 당해낼 수가 없고 어디를 가나 그 특유의 중국스러움을 덕지덕지 발라놓았다. 심지어 중국 사람들은 중국어를 당연히 상대방도 알거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사용한다. 국력의 차이일지는 몰라도 나는 여행하면서 그렇게 한국어를 내 마음대로 써본 곳이 없다. 간혹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도 어색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유럽에서 중국사람들이 쇼핑을 하는 것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기본적으로 빈 캐리어를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명품을 싸그리 담아간다. 하나 사기도 부담스러운 샤넬 가방도 척척 몇 개씩 사가는 그들의 허세와 과시욕은 굉장해 보였다. 중국에서는 아직 해외에 나오려면 기본적으로 일정 이상의 금액이 들어있는 통장이 필요하다고 하니 외국에 돌아다니는 중국인들은 중국의 상류층이다.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그 사람들만 돌아다녀도 유럽은 이미 중국같다. 심지어 나는 옥스포드에서 단체 체육복을 입은 중국 단체 중고등학생(수학여행인지 뭔지 모를 정체 불명의 무리들)을 많이 봤다. 본토에서 온 것인지 영국 내의 중국 국제 학교 학생들인지 모르겠다.

 

막연하게 시끄럽다고만 느낀 중국의 실체를 어렴풋이 본 느낌의 소설이다. 세계적으로 일본과 중국 무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도 하니 어찌보면 중국의 현재 위상을 인정하고 싶지않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픽션이긴 하니까 100% 다 믿지는 않지만 현재의 중국을 알리기 위해서 조정래 작가가 교과서를 쓰는 마음으로 쓴 글 같았다. 심지어 문학에 무지한 내가 문학적 가치는 없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지만 그 목적이 뚜렷하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 마음은 리포트르르 자주 써내게 되면서 학생들은 누구나 갖게 되었다. 그건 교수님들에 대한 재인식이기도 했다. 학자가 된다는 것, 그건 끝없이 새롭게 글을 써내야 하는 것이었고, 그 길 또한 험하고 힘겹기가 막막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역사학자의 길을 간다는 것은 역사탐방의 호기심과 즐거움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었다.

 

- 학생들은 인간의 삶과 심오함에 대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에 기댔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추리소설들을 읽으며 풀었던 것이다.

 

- 백인들은 머지않아 그 히스패닉에게 미국을 넘겨주게 될지 모를 위험을 감수해야 하오. 허나 그렇게 되더라도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오. 원래 주인인 인디오의 후예들에게 넘겨주는 거니까. 그건 역사의 순리일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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