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2014.뉴요커(+캐나다)

[D+17] 기회의 땅을 찾아온 사람들

릴리06 2014. 8. 17. 13:24

오늘은 최초의 뉴욕이 시작되고 이주민이 미국에 들와서 처음 땅을 밟았던 로어 맨하탄으로 간다. 그곳에는 뉴욕의 아이콘,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어마어마한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니까 처음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다.

가기 전에 일단 배를 든든히!

먹고 싶었던 머레이 베이글집으로 갔다. 이곳은 에싸 베이글 보다는 깨끗하고 오래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베지크림치즈랑 연어크림치즈을 시켰다.

그럼 먹어볼까나~

음...난 베이글이면 다 좋아하니 여기도 맛은 있었지만 난 에싸 베이글이 더 맛있었다. 어쨌든 여긴 크림치즈를 항상 너무 많이 줘서 칼로리 폭발 베이글을 배부르게 먹는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커피 하나 들고 거리를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로어 맨하탄에 도착해서 배터리 파크로 가면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크루즈를 탈 수 있다. 그런데 티켓을 사려고 갔는데 줄의 끝을 찾을 수가 없다. 한참을 걸어가서야 줄을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줄은 쑥쑥 줄어 들어 30분만에 티켓은 샀으나 배를 타기 위해서 또 한시간 줄을 섰다. 아휴 정말 이곳은 뉴욕 안에서도 세계적인 관광지임을 다시 절감했다.

배터리 파크 안에는 9.11테러 당시 무역 센터 앞에 있었던 망가진 조형물이 옮겨져 이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드디어 한 시간 반만에 배를 타고 배터리 파크를 떠났다. 이 크루즈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과 이민자 박물관이 있는 앨리스섬을 거쳐 다시 배터리 파크로 돌아온다.

크루즈가 점점 멀어질수록 로어맨하탄의 빌딩숲이 점점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는 이 풍경안에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9.11테러가 이 곳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가장 높은 빌딩이 테러 이후 다시 지은 건물이고 그 건물을 포함해서 그 주변엔 총 7개의 건물이 더 생길 예정으로 공사중에 있다.

15분쯤 가면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에 도착한다.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하던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건너오다가 멀리서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면 무사히 온 걸 알고 안도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대서양을 건너 조국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땅으로 이동하는 그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자유의 여신상은 그들에게 희망의 횃불을 들고 있는 것처럼 반갑게 느껴졌을 것 같다.

마치 내가 이주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리버티섬에 도착하자 여기까지 오느라 많이 기다렸더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 역시 여기선 뭘 시켜도 다 커서 좋다.

다 먹은 레모네이드통은 나를 자유의 여신으로 만들어준다.ㅋㅋ

여기서 바라본 맨하탄의 풍경도 너무 예쁘고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은 날이다. 잠시 누워서 한참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리버티섬을 떠나 앨리스섬으로 간다.

자유의 여신 안녕!

앨리스섬에 있는 유일한 건물은 이미자들이 미국에 와서 입국심사를 받던 곳으로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야할지 아니면 미국으로 들어갈지 판결을 받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곳이다.

당시의 건물은 현재 이민자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앨리스섬에 도착했는데 맨하탄으로 돌아가려는 엄청난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앨리스섬을 나올 때도 저렇게 줄을 오래 서야한다는 사실에 절망-_-

하지만 나중에 우린 거의 끝까지 박물관을 둘러보느라 줄을 안서고 배를 탔다는 ㅋㅋ

이민자 박물관으로 들어서면서 마치 내가 자유와 기회를 찾아 미국에 온 사람마냥 긴장되는 것 같았다. 잘 입국해야할텐데 ㅋㅋㅋ

앨리스섬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이 있었다.

이 건물 2층 홀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입국 심사를 할때는 건강상태, 이주 동기, 경제적 능력과 여러 수준을 검사하여 판단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었다. 공부를 얼마나 한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고안된 테스트인데 다이아몬드를 그려보게 하는 것이다.

제일 위에 그림은 연필을 잡아본 적이 없는 사라이고 중간 그림은 학교에 간 적이 없는 사람들이고 제일 밑에 그림은 학교에서 1년 이하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고 판단한다고 한다.

어렵게 입국을 해도 낮은 임금을 받고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서 밤이나 주말이 되면 미국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고 한다. 영어 공부, 미국국기, 정치적, 행정적 공부 등 적응에 도움을 주고 미국인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단계였다.

이민자들이 검사를 받는 순서에 따라 방을 옮겨가며 구경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나도 한 때는 우리 나라를 떠나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이 곳을 둘러보며 내가 얼마나 해외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막연하고 환상적으로만 생각했었는지 더욱 실감이 나기도 했다.

어쨌든 우린 다시 맨하탄으로 떠나는 배에 올라탔다.

빛을 받아 가장 빛나고 있는 빌딩이 9.11테러 이후 새로 지어진 빌딩이다. 마치 나는 다시 살아났다는 듯 반짝거린다.

로어맨하탄은 월스트리트가 있는 금융, 증권의 중심지로 마치 우리나라의 여의도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맛있는 음식점이 없어서 어제 먹었던 chipotle를 또 먹으러 갔다. 멕시칸 음식 너무 맛있다. 한 번 먹은 멕시칸 음식은 또 먹고 싶어진다.

오늘도 소스 듬북 맛난 chipotle

엄청 배부를지 알고도 싹싹 긁어 다 먹고 볼링그린으로 이동!

이 월스트리의 유명한 황소는 어느 예술가가 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를 불 마켓이라고 하는 것에 착안하여 황소를 만들어 몰래 월스트리트에 가져다 놓았는데 당국에서는 사람들에 너무 좋아해서 치우지도 못하고 이곳 자리에 옮겨놓았다고 한다. 이 황소의 중요 부위를 잡으면 큰 돈을 만진다는 설이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세계 금융 거래의 1/3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곳이다.

new york stock exchange

9.11테러 이전에는 안에 둘러볼 수 있는 투어가 있었다고 하는데 테러 이후엔 없어졌다.

바로 맞은 편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취임 선서를 했던 곳이다.

로어맨하탄은 곳곳이 세계적인 상징적 장소라 볼거리가 엄청 많다.

다음으로 그라운드 제로로 갔다. 그라운드 제로는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던 자리에 만들어놓은 추모 공원이다. 사진으로는 표현안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쏟아지는 물줄기가 마치 그 날 쓰려져간 빌딩과 많은 사람들인 것만 같아서 숙연해진다.

두개의 분수대가 있는데 어마어마한 물이 쏟아져 내려 가운데 네모난 구멍으로 빨려들어간다. 물이 들어가는 그 깊이도 매우 깊다고 한다.

둘레에는 그날 희생된 사람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이 조형물도 유명한 건데 이름 몰라 ㅋㅋ

사우스 스트리트 씨포트 쪽으로 가면 브루클린 브릿지 야경이 보인다. 오늘 원래 계획은 저 다리를 건너 브루클린까지 가는 건데 자유의 여신상은 호락호락한 관광지가 아니었다. ㅋㅋㅋ

여기 씨포트의 한 카페에서는 밴드 공연과 함께 즐거운 파티를 하고 있었다. 이미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서 못 들어갔지만 윗층에서 음악은 들으며 함께 브루클린의 야경에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았다.

씨포트에서 바라본 로어맨하탄

오늘은 미국으로 처음 이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한 곳을 여행해서 그런지 뉴욕의 화려함보다는 그 이면의 깊이 있는 모습을 더 많이 본 것 같아서 좋았다. 내가 마치 기회를 찾아 이 땅에 온 것 같은 느낌!

누가 가르쳐준 걸도 아니지만 당연히 누구나 알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 월스트리트, 월드트레이드센터 등을 둘러보면서 마치 머릿속에만 있는 줄 알알는데 내가 이렇게 둘러보고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하고 보람도 느껴졌다.

뉴욕은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