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75 불편해도 괜찮아 / 김두식

릴리06 2014. 9. 30. 21:57

2014.09.26-2014.09.28

 

대학원 2학기 수업을 들을 때 인권교수님께서 소개해주셨던 책이다. 학교 도서관에 있어서 논문을 안쓰고 있는 죄책감을 씻기 위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은 인권에 대해서 풀어나가고 있어서 공감하며 재미있게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심심할 때 하나씩 보면 좋을 영화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다.

 

<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 제노사이드 >

 

사실 목차만 봐도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내가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 동성애공포증을 패러디한 윌과 잭의 이성애공포증(heterophobia)을 보면서 저는 처음으로 '그렇지,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 위주의 세상에 살면서 그동안 얼마나 큰 불편을 겪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동성애자들을 볼 때 불편함을 느끼듯이 그들도 이성애자들을 볼 때면 똑같은 불편함을 느낄까? 보통 그들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면서 엄청난 혼란을 겪는다고 하니 이성애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이것마저 나의 선입견일지 궁금하다. 새로운 시선이다.

 

-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은 흑인, 여성, 장애인 같은 전통적인 차별대상그룹과 구별됩니다. 본인이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는 누가 동성애자인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은 커밍아웃을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하비 미르는 자신을 돕는 사람들에게 먼저 집에 가서 커밍아웃부터 하고 오라고 요구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해야만 이성애자들도 자기 주변에 있는 평범한 동성애자들을 발견하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러나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회가 문을 꽉 닫고 있는 상태에서 동성애자들에게만 그 닫힌 문을 향해 무조건 머리를 부딪혀보라고 말하는 것은 불공평한 일입니다.

 

- 결혼을 미롯한 모든 제도들이 이성애자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걸 공기처럼 누리고 사는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가슴 속 깊이 새겨졌던 말이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이 말을 많이 사용한다. '공기처럼'... 우리는 공기처럼 너무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누리고 살고 있다. 그리고 공기처럼 많은 션입견과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 인권감수성은 한마디로 '불편함'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인권감수성이라는 것은사실 꼭 필요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나를 피곤하게 하고 더불어 주변사람들도 피곤하게 할 수 있다. 말로만 불평 불만을 늘어놓으면 피곤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조용히 실천으로 옮기면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에 집중해보아야겠다.

 

- 영화를 볼 때마다 자신을 누구와 동일시할 것인지 조심스럽게 선택해보십시오. 이전에 보지 못한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 '불편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면, 이 영화(300)가 10원짜리 팬티를 입은 타잔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저질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시혜가 아니라 인권이 필요하다"는 켐프의 시각이 반영된 미국 장애인법은 1990년에 통과되어 1992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그들은 시혜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인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 어느 공기업의 평균임금이 6천만원이라는 사실에 분노하는 분들은 우리나라 최대기업 등기이사들의 평균연봉이 78억가량이라는 사실도 알고 계실 겁니다. 철도공사 직원들이 자신보다 몇천만원을 더 받는 데 분노하는 사람들이 왜 자신보다 100배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100배에 이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이 영화등급 역시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권력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원래는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결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누가'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권련의 오남용이 시작됩니다.

 

- 영어를 읽고 해석할 수 있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이런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엉뚱하게도 그런 의미에서 영어가 또다른 권력이 된 것이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제약이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고 성인들의 일상까지 옥죄고 있습니다.

 

- 미국영화에 붙은 한글자막을 보면 이런 황당한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 존댓말을 쓰다가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에는 남자는 반말로 바뀌는 게 대표적인 예인데, 존댓말이 없는 영어를 한국말로 번역하면서 참 이상한 가치관까지 함께 주입한 경우라 할 수 있지요....번역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런 권력관계나 서열을 자막에 도입하기를 좋아합니다.

 

- 소설<앵무새 죽이지> 속에서 애티커스 핀치가 딸에게 주는 가르침의 핵심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과 함께 인권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명제입니다.

 

- 사소한 다름에 기초해 민족, 종족, 인종, 종교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말살하려던 역사상의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렇게 열심히 죽였는데도 언제나 생존자는 남았습니다. 제노사이드를 통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시도는 끔찍한 후유증만 남겼을 뿐입니다.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결국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걸 알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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