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식 조식을 먹으러 후다닥 일어났다. 사실 어젯밤 너무 더워서 못 잔 것도 한 몫 ㅜㅜ 지금껏 다닌 도시들은 밤이 되면 쌀랑한 바람이 블었는데 부다페스트는 엄청 후덥제근하고 숙소엔 에어컨도 없다.
더 얇은 옷으로 갈아입기
몸을 물로 닦고 오기
다리 공중에 띄우기
아무렇지 않은 척 눈감아버리기
다 부질없고 그냥 더워서 힘든 밤이었다.
한식 아침 잘 먹었으니 힘내서 오늘 하루도 출발!! 먼저 간 곳은 유럽의 최대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그로 갔다. 유럽 시나고그로는 가장 크고 뉴욕에 이어 세계 두 번째란다. 성당은 이제 질리고 새로운 것을 찾던 나에게 딱인 장소다.
유대교 예배당은 처음 들어와봤는데 남자에겐 유대인들이 쓰는 종이로 만든 모자를, 여자에겐 어깨에 두를 수 일는 키친타월(ㅠㅠ)을 준다. 그것도 작아서 그냥 어깨에 올려놓는 수준밖에 안 된다.
그리고 키친타월이라니! 많은 성당와 모스크를 가봤지만 키친타월을 좀.... 그리고 무엇보다 핍박박는 종교였기 때문에 더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해야하고 기본을 갖추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유럽최대의 시나고그에서 종이 모자와 키친 타월은 안하니만 못한 것같다.
성당의 샹들리에가 아닌 특이한 모양의 조명이 우선 눈길을 끈다. 곳곳에는 유대교 상징과 히브리어로 쓰인 문구들이 보인다.
건물밖에는 공산주의와 세계 2차대전을 겪으면서 유대인들이 대량 학살과 홀로코스트를 당하면서 희생당한 유대인들의 추모공간이 곳곳에 있다. 2000년이 한꺼번에 죽어 이곳에 뭍혔다고 한다.
처음에 이건 단순히 정원의 아름다운 미술작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잎 하나하나에 희생된 유대인들의 이름이 새겨져있었다.
사실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는 쉰들러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등의 영화에서 잘 표현되어 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이기때문에 왜곡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많았을테고현실은 그 보다 더 가혹했을 것이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공포에 떨었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 안타깝다.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모습이다. 은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부식이나 변색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ㅋㅋㅋ
다양한 유대인 추모공간들
시나고그를 나와서 내일 브라티슬라바로 갈 기차를 예매했다. 편도는 28유로인데 왕복은 18이란다. 정부 정책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다시 헝가리로 사람들을 유치하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그래서 나도 왕복으로 끊었다.ㅋㅋ
밥먹으러 가는 길에 들린 성이슈트반 성당
마침 안에서는 결혼식의 하이라이트 신랑신부 입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헝가리에서도 입장할 때 신부는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나보다. 다른 나라도 그렇나?
성당보다 좋았던 것은 결혼식이었는데 결혼식덕분에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잘 사세용~
성당의 내부는 역시나 매우 크고 화려하다.
이제 배고프니 밥을 먹으러 중앙시장으로 갔대 2층에는 여러가지 식당이 쭉 둘레에 있어서 돌아다니면서 보다가 맛있어 보이는 음식으로 셀렉!
뭔지 모르는 음식으로 '저거 주세요'하고 받은 음식이다. 그런데 고기와 푸아그라다. 헝가리에선 푸아그라음식이 정말 많은데 나는 살짝 비릿하서 별로 좋아하진 않은데 이 푸아그라는 밥에 녹아들면서 정말 고소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고기!! 처음엔 돼지고기인줄 알았는데 먹어보지 못한 식감과 맛이라서 오리인가? 소고기는 확실히 아니고... 혼자 엄청 고민하다가 주인한테 물어보니 돼지고기라고 한다. 훈제 돼지고기같은데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을수가!! 정말 오랜만에 아껴먹는 마음으로 잘라먹었다.
하루 더 있었으면 또 먹고싶은 음식이다.
밥 잘 먹고 가로수길 걷다가 드라마 촬영하는 것도 구경!ㅋㅋ
부다페스트는 곧잘 파리와 비교되어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린다. 그 중 가로수길은 부다페스트의 샹젤리제라고 불리는ㅋㅋ
오페라 하우스도 지나서~
내라 가려고 한 곳은 테러하우스
나치 공산주의와 세계2차대전에서 희생된 헝가리인들을 기리기 위한 곳인데 실제로 공산주의자들이 점거했을 때 사용됐던 건물이라고 한다. 건물을 특이하게 디자인해놓아서 안에도 기대되었다.
건물 밖에도 추모공간이 있고 많은 헝가리사람들의 사진이 있다.
들어갑니다~ 하지만 안에는 사진촬영 불가!
추모공간이라고 하면 엄숙하고 장엄하게만 해놓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재미있는 디자인과 다양한 영상자료가 있고 이런식으로도 전시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지하에는 감옥과 고문시설까지 있어서 소름이끼쳤다.
너무 덥고 지쳐서 헝가리 간식이라는 펄러친터! 밀전병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먹는 디저트인데 헝가리가 원조라고!
어쨌든 난 너무 더워서 아이스아메리카노 원샷하려다 미지근해서 '얼음 좀 더 주세요'
8시반에 부다민박에서 하는 야경투어를 신청해 놓아서 집에 가서 좀 쉬기로 했다. 무더위 속의 꿀잠!
자고 일어나니 배가 고파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나갔다. 장미 아이스크림의 원조! 완전 한겹한겹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주시는...
젤라또 중간 사이즈를 시키면 3가지 맛을 고를 수 있다. 내가 고른건 피스타치오, 라즈베리, 망고!
진짜 맛있어서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음메
사실 오늘 가로수길을 걸어 테러하우스 가는 길에 교장선생님 문자를 받았다.
부다페스트 어디에 있냐고!!??
옹 교정선생님께서도 부다페스트에 계신단다. 내가 브라티슬라바 일정에 맞춰 바로 간다고 했지 부다페스트에 오는 이야기는 혹시 너무 쫓아다니는 것 같아 ㅋㅋ 부담 느끼실까봐 오늘 아침에야 말씀드렸는데 !! 이렇게 만남이 앞당겨질 줄이야! 올레!
그래서 교장선생님 내외분과 나, 그리고 민박집에서 만난 동생까지 택시 하나로 같이 야경투어를 다녔다. 사모님은 처음 뵙는데 교장선생님보다 더 좋으신ㅋㅋㅋ
겔레르트 언덕에 있는 월계수를 든 동상
겔레르트 언덕에서는 부다와 페스트 모두 잘 보이고 어부의 요새쪽에서는 야경의 백미 국회의사당이 잘 보인다.
다시 택시타고 이동해서 어부의 요새로 왔다. 이곳에는 유명한 마치시 교회도 함께 있다. 밤이 되어 반짝 반짝 빛이 나는 마차시 교회이다.
사진에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것은 사실은 별이 아니라 빛을 받은 새들이다 ㅋㅋㅋ 고맙게도 별같이 나온다.
뒤에 국회의사당 잘 보이나요?
이번 여행에서 부다페스트에 오게 될 줄이야!
유대인 시나고그를 가게 될 줄이야!
질리도록 먹은 돼지고기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될 줄이야!
무엇보다 이 먼 곳에서 교장선생님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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