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63 책은 도끼다 / 박웅현

릴리06 2013. 9. 1. 21:59

2013.08.21-2013.08.31

 

나에겐 사연이 있는 책!

그래서 더 읽기가 주저되면서도 기대되었던 책!

드디어 마주했다.

 

책은 도끼라는 아주 강렬하면서도 파격적인 제목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그 의미 역시 도끼같은 표현이다.

 

나도 책을 읽을 땐 나의 마음을 울리는 문구에 줄을 치면서 읽는 버릇이 언젠가부터 생겼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내가 밑줄친 부분만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며 책의 내용을 되새김질하고 여기에 이렇게 정리를 한다.

 

한 때는 이 블로그에 서평 올리는 것이 재밌어서 일주일에도 3-4권씩 읽곤 했는데 박웅현씨의 충고대로 다독에 대한 욕심과 압박을 없애고 정독하고 많이 생각해보는 독서를 해보자.

 

몇 년 전 우연히 학교 도서실 수업 중에 심심해서 펴들었던 나보다 10살이나 어린(그 당시..) 19살 소녀가 쓴 책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신기했었다. 그래서 빌려서 끝까지 다 봤던 책이 있었다. 바로 '인문학으로 콩갈다'라는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작가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키운 그 가족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 아버지가 바로 박웅현이었다니... 정말 신기하다.

 

-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도끼같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과 떨림은 정말 표현하기 힘들다.

 

-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시간'이라는 시련을 견뎌낸 고전들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할 겁니다.

 

아무도 이길 수 없는 '시간'이라는 표현, 정말 공감한다. 시간이 들어가지 않은 모든 것들은 허구다. 다만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독서라고 한다.

 

- 피카소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건 힘들지 않았지만, 다시 어린아이가 되는 데 사십 년이 걸렸다고요. 우리는 0세에서 100세를 놓고 봤을 때, 아이들은 모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가면서 지식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지식을 얻는 대신 가능성을 내주는 것이죠. 지식을 쌓으면서 놓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을 우리는 그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 어려지고 싶다기보다는 그 어린 풋풋한 감성을 일깨우고 싶다.

 

-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 책을 많이 읽고 인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은 촉수가 민감해지죠.

 

- 무욕(無慾)만 한 탐욕(貪慾) 없습니다.

 

- 감미로운 기쁨이 있는 것처럼 뜻 모를 슬픔이 문득 찾아오는 것, 이렇게 삶이라는 건 열린 창문 사이로 밀려드는 햇살처럼 순간의 기쁜, 그리고 그 나머지의 슬픔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유한한 생명이 부여된 인간의 숙명일 수도 있겠네요.

 

- 개선문의 주인공  라비크가 추구하던 삶의 형태, 즉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좋지만, 내가 기분 좋으면 팁 줄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큰 욕심 없이 작은 정의를 놓치지 않는 삶을 좇아가고 있는 것이죠.

 

정말 내가 가진 인생관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문장이 아닌가싶다. 돈을 만이 벌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내가 소비하고 싶은 곳에는 기쁘게 돈을 쓸 수 있으며 인생에 큰 욕심은 없지만 소소한 도덕적, 인격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

 

-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건가요? (...)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닙니까?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요. (그리스인 조르바)

 

이 문장은 예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내가 밑줄쳤던 그 문장인데 여기서 다시 만난다.

 

- 내가 사는 이 삶을 잘 살면 답이 나온다는 걸 이제 알아요. 다른 어떤 생에 대한 동경도 없어요. 큰 부자, 사회적 명예와 성공보다 집 앞 공원을 지나면서 풀을 보고 초록을 느끼는 내 삶, 내 인생이 좋아요. 레빈이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그곳의 모든 것이 훨씬 더 간단하고 뛰어나다고 느낀 것처럼 저도 이제야 실존적 자각을 하게 된 거죠.

 

- 모든 삶이 그 사람한테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지만 멀리서 보면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까 모든 근경은전쟁이고, 모든 원경은 풍경 같습니다.

 

-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