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6-2013.11.07

 

박민우 여행작가는 남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사람이다. 남미 여행기를 3권으로 책을 냈는데 나는 1편도 2편도 아닌 3편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가려는 곳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남미 책을 못 찾고 있다가 대학원 갔을 때 도서관 가서 몇 권 빌렸다. 대학원 다니면서 2년만에 도서관을 처음으로 가봤다. 대학교 다닐 때는 꽤 책을 많이 빌려 읽었었는데 선생님이 되고 난 이후엔 뭐 학교에도 다 도서관이 있으니까 대학교까지는 가지않게 되네... 흠흠

 

남미에서 보낼 시간들을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장씩 읽어보았다.

 

- 우리는 늘 꼭대기만 본다. 꼭대기를 만들어준 의미 있는 중간들을 무심하게 지나친다.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의 진짜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 끝까지 가지 못할거면 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왔으면 산꼭대기에 올라야지. 이런 생각은 나는 꼭대기에 가봤다는 얄팍한 허영심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산꼭대기를 만들어주는 그 의미있는 중간들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음을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 그게 인간이다.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못하고 그 어느 것도 갖게 되지 못하는 어리석음. 버려야 할 것과 추구할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둔한 몰입.

 

- 누군가가 같이 안타까워해주고, 걱정해주면 그 위안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상처는 기실 별거 아니다. 잊히건 해결되건 어떤 형태로든 귀결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한 작은 관심과 심심한 위로. 그거면 충분한데 그게 없다.

 

상처받지 않고, 내가 상처주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상처를 이겨내는 것은 온전히 자기의 몫일 것이다. 상처가 아물고 나면 남는 자국은 나중엔 더 큰 상처가 들어와야 아픔을 느낄 것이다. 그 만큼 나는 단단해 지는 것인지 무뎌지는 것인지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상처에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 마음은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반증아닐까?

 

- 내일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짊어진 서른세 살, 그가 짊어진 서른여섯 살.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나이라는 조급함과 괴로운 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엿한 결과가 아니라 결과가 없어도 좋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내가 짊어진 서른살. 나는 결과를 내야한다는 압박을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 때 필요한 것을 하다보니 지금의 내가 있었을 뿐. 앞으로도 마찬가지~

 

- 나는 걷는 게 좋다. 산등성이를 힘들게 오르는 일만 아니라면 하루 종일 걷기만 하라도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런 기술도 필요 없고, 잘할 필요도 없다. 거기다가 걸으면서 머릿속은 내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마음껏 그리워할 수도 있고 외로워할 수도 있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다.

 

- 스스로의 존업성을 위해 싸우려는 자세는 아름다운 생명력이다.

 

- 나는 유통기간이 지난 여행자일까? 내 감수성엔 곰팡이가 피어 버린 것일까? 그들은 이 고생조차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데 어쩐 일인지 나는 담담해 있었다.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저들이 부러웠다. 저들처럼 이제 막 출시한 싱싱한 호기심이 남아있지 않았다.

 

- 따뜻한 밥과 따뜻한 잠. 생명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배고픈 사람은 여전히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나의 배부름은 사실 이들의 노동력이 착취되고, 이들이 한 끼 굶으며 수확한 감자 몇 알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이런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사회는 불공정하다. 나는 어떻게 보면 그 수혜자 중의 한 명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며 위를 바라보며 살아가지 않는다.  공정여행, 공정무역, 공정커피, 공정가게... 등등 공정을 외치는 최근의 캠페인들은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한지 말해주는 지표이다.

 

- 괜히 다시 뒤돌아보고 아쉬워하지 말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시회를 잡는 것이다.

 

- 삶의 무게를 짓누르는 고통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짓눌리는 무게 이상으로 고통 받지는 않으리라. 딱 아플 만큼만 아프겠다는 것이다. 어떤 고통도 1주일 이상 고민할 가치는 없다.

 

Posted by 릴리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