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67 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 / 박재영

릴리06 2013. 11. 12. 09:46

2013.11.08-2013.11.11

 

 

현빈이 광고하는 K2 TV광고를 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NOW AND NEVER 지금이 아니면 없다. 정말 마음에 팍 와닿았던 문구였다. 지금 내가 하고싶은 것, 지금 내가 먹고싶은 것, 지금 내가 사고싶은 것, 지금 내가가고싶은 곳은 지금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내일, 모레, 한달, 일년 후가 되면 더 이상 의미 없어질 수도 있다. 지금 나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주는 행위를 미룰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 

 

지금 나는 남미로 가고 싶다.

 

지금 나는 뭔가 뜨거운 것이 내 마음에 들어와 송두리채 흔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바라는 그 뜨거운 것은 사람일까, 자연일까, 음식일까, 무엇일까.. 꼭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여행이 끝난 뒤 내 마음이 많이 씻기고 그 씻기고 비워진 자리에 작은 만족감과 미소를 띄울 수 있는 여유가 있길 원한다.

 

- 여행을 떠난 지 벌서 5개월째. 한국에 있는 친구와 선후배들은 넓은 세상 돌아다니고 있는 나를 부러워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오랜 여행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여행을 시작했을 때의 긴장감과 흥분, 가슴 벅찬 감정은 사라지고 매일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하면 바가지를 쓰지 않을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쁘고 만족스러운 날보다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 점점 많아진다. 아직 여행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이런 감정에 빠지다니......

 

여행이 생활이 되면 그 땐 슬럼프가 찾아온다. 인생이 그러하듯 여행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항상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여행이 좋은 점은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다는 것!

 

- 그래,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단순한 허영심 때문이었다. "나 남미 끝까지 갔다 왔어."라고 자랑하고 싶다는 얄팍한 허영심. 물론 일년 동안 여행하겠다는 결심 자체가 이미 허영심을 내포하고 있었다. ... 그리고 또다시 많은 시간과 돈을 "우수아이아에 가봤다."라는 자랑 한마디 보태기 위해 허비한 것이다.

 

얼마나 공감을 했었는지 모른다. 여행의 허영심. 아마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주변에서 너 대단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허영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탁 터놓고 책에 써놓은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사실은 허영심이 크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보다 쉽게 나 자신을 속일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도 이 작가처럼 우수아이아에 가고 싶었다. 대륙의 끝을 가보고 싶었다 아니 가봤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정상 과감하게 여러 지역을 빼면서 무산되었지만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필요와 만족에 의해서 여행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겠다는 반성과 다짐을 해보았다.

 

- 내 두 다리로 걷고 내 두 눈으로 본 이 땅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바꿀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내가 경험한 세상만큼이 온전한 내 세상이라는 생각. 하지만 지금은 그 경험의 넓이만큼 깊이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