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2013.지구반대편남미

[D+4] Feliz año nuevo!

릴리06 2014. 1. 3. 08:38

어젯밤엔 새벽 2:30에 깨더니 잠이 안왔다. 그러곤 4:30에 다시 잠이 들었다. 생각보다 시차적응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시차를 보였던 영국도 첫날만 빨리 자고 두번째 날부터는 괜찮았는데 이번엔 왜 이리 힘든지, 아닌 것 같아도 나이때문인 것 같다.

오늘은2013년의 마지막 날이다.

어쨌든 오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곳곳을 둘러보자.

오전에 간 곳은 EL ATENEO라는 서점 인데 세계에서도 아름다운 서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예전에 도서관에 관한 수업을 하면서 인디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10을 편집한 자료가 있어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 곳 중에 한 곳이었다. 그 때 보면서도 서점이라기엔 너무 말도 안되게 아름다워서 합성인가 의심하기도 했다.

왠지 책을 사고싶게 만드는 서점!

그런데 더 신기했던 것은 가기 전엔 서점 안에 다 관광객만 있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우리 외에 2-3명 말고는 못 봤다. 대부분 열심히 살 책을 고르고 있었다. 이들에겐 이런 역사와 가치가 있는 장소가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 나라에선 분명이 이런 곳을 서점으로 만들 생각조차 못하고 박물관 아니면 보호구역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아니면 없어진 자리에 새로 현대식 서점이 들어서던가!

3층까지도 책과 음반이 전시되어 있었다.

서점 구경을 잘 하고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ABASTO백화점으로 갔다. 그 곳 근처에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소고기 맛집 두 곳이나 나왔기 때문에 백화점도 둘러보고 소고기도 먹을 겸 갔다.

이 백화점 역시 예전에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건물을 백화점으로 개조한 곳이다.

그런데 우리가 가려고 했던 소고기 집 한 곳은 못찾겠고 한 곳은 갔는데 가이드북의 설명과 달라서 당황스러워서 나왔다. 우린 역시 100배 즐기기가 아니라 100배 해매기라며 점심은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먹기로 했다.

많은 푸드코트 식당 중에서도 역시 소고기 가게!

소고기를 아무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르헨티나다. 좋다!

오늘은 아사도와 등심 스테이크로 시켰다.

그냥 대충 구워주는 소고기도 맛있고 부드러웠다. 이 쯤 되니까 여기선 아무거나 먹어도 소고기는 다 맛있을 것 같은 확신이 점점 든다.

아르헨티나에서 손꼽히게 맛있다는 FREDDO 아이스크림까지 후식으로 먹었다. 맛나다.

점심 먹고 라보까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탔다. 처음으로 지하철을 탔는데 냄새도 많이 나고 지하철도 엉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하철이 달릴 때도 창문을 다 열고 달려서 먼지와 불쾌한 바람이 계속 분다.

아마도 내가 타본 지하철 중에 최악이 아닌가 싶다.

라보까 주변 지역은 까미니또 이외에는 위험해서 지하철 내려서 택시로 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라보까의 대표적인 색색의 건물과 탱고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마그넷을 모으는데 이 마그넷도 너무 예쁘지만 골판지로 만들어져서 살 수가 없었다. 이 곳 지역 건물이 대부분 판자로 이루어져서 골판지가 그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재료일 것이다.

까미니또에 탱고 공연을 보여주면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그 주에 한 곳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 아르헨티나 맥주 낄메스.

여기는 맥주 크기가 매우 다양한데 1리터짜리 병맥주가 가장 많다. 낄메스도 하이네켄도 코로나도 우리가 아는 세계의 여러 맥주의 1리터짜리 병을 볼 수 있다.

이번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마시는 맥주!

시차 적응이 안되서 술을 마시면 안좋을 것 같아서 안먹다가 먹었는데 더워서 그런지 맛났다. 나중에 물어보니 스텔라 맥주가 아르헨티나 맥주인데 그게 더 맛있다고 하네... 그건 이과수에서 먹어야지!

라보까지역을 나와서 밀롱가로 갔다. 밀롱가는 사람들이 탱고를 추는 클럽같은 곳인데 그냥 나는 안 춰도 다양한 사람들이 탱고를 추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제일 유명한 밀롱가인 Confiteria Ideal이었다. 바로 이곳!

그런데 아쉽게도 오늘밤엔 새해맞이 파티가 있었는데 1인당 800페소나 한다. 음식과 음료, 춤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가지로 있는 페소로는 이 돈을 지불할 수도 없다. 아쉽지만 탱고는 보까에서 본 걸로 만족하기로~

밖에서 아쉬워서 서성이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탱고 기본스텝을 배워볼 수 있는 바닥판!

저기서 몇 번을 연습해보고 나니 기본적인 탱고스텝은 오케이! 재미나네~ 다른 스텝은 없나!

오늘은 31일이라서 빨리 문을 닫거나 아예 상점 문을 닫은 곳도 많다. 아니 거의 다닫은 수준이다. 밥먹을 곳도 없고 집에 가서 또 소고기를 구워먹으려고 꼬또로 갔다. 꼬또도 이제 거의 문을 닫으려고 정리하고 있어서 소고기를 90%정도 바구니에 다 담겨 있었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아무거나 하나 잡았는데 상태도 괜찮아 보였고 roast라고 써있어서 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니건 국물을 내는 용도라고 한다. 이런...ㅡㅡ

맛은 정말 껍같다...

오늘은 토마토도 굽고 올리브까지 준비했는데 고기는 정말 힘줄이 느껴지는 고기였다. 거의 못먹고 버렸다.

나중엔 초토화된!

그러나 다 버린~ 어쩐지 엄청 큰 고기였는데 2500원밖에 안하더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새해 맞이 행사로 푸에르또 마데로 바닷가에서 불꽃놀이 행사를 하는데 12시에 가기 전에 또 너무 졸려서 씻고 한숨잤다. 그곳에 꼭 가겠다는 의지로 지은이는 하나도 안자고 있었는데....

11:30 지은이가 나를 깨워줬고 우리끼리 가기엔 무서워서 옥상에서 놀고있는 사람들에게 가고싶은 사람 물어보니 1-2명밖에 없고 더구나 남자들은 안간다 하니 우리끼리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겁났다.

그러다 사람들이 지금 가면 택시도 안잡히고 부르는게 값이며 지금 길거리엔 아무도 없고 위험하다며 가지말라고 해서 안갔다. 나는 사실 불꽃놀이 안봐도 상관없었는데 잠도 안자고 기다렸는데 지은이가 많이 아쉬워했다.

우리는 그래도 새해맞이는 옥상으로 올라가서 다른 사람과 함께 맞이했다.

남미 여행하면서 엄청 특이한 여행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중에서 오늘 만난 사람은 두딸과 엄마,아빠 가족이 함께 세계일주를 하는 여행자였다.

둘째 다은이와 함께 찍은 사진!

다은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라서 우리반 애들도 생각나고 이렇게 여행하는 것이 재밌다고 하니 더 기특하고 그랬다. 그냥 이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이제까지 못만나본 종류의 여행자니까!

생각보다 자세하게 자기가 겪은 일들을 기억하고 있고 행복해하며 예쁘게 말도 하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나는 2014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