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2013.지구반대편남미

[D+12] 없는 버스라니!

릴리06 2014. 1. 12. 20:52

오늘은 밤버스로 우유니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하지만! 떠나지 못했다는ㅜㅜ) 아침에 체크 아울을 하고 나왔다.

어제 너무 말있게 먹은 살떼냐를 약속한대로 다시 먹으러 왔다! 하지만 점심을 누벨 퀴진에서 먹을거라서 포장해서 저녁에 먹기로 했다. 우린 수크레에 먹으러 온 사람처럼 돌아다녔다.

어쨌든 오늘 수크레의 마지막날이니까 나의 유일한 기념품 마그넷을 사러 다녔다.

오늘 산 마그넷은 너무너무 귀엽다.

짠! 야마 인형들

다섯 마리나 샀다. 신난다. 오랜만에 쇼핑을 하니 힘이 솟는 듯 하다.

점심 먹으러 누벨 퀴진에 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난 사라이 엄청 맛있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로컬 식당인데 저렴하고 맛있어서 유명한 식당 같았다. 메뉴 델 디아를 시키면 샐러드, 스프, 메인, 디저트 4코스로 나온다.

하지만 가격은 정말 싸다. 1인당 18볼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허지가 또 먹고싶어 했던 Metro 카페의 티라미수를 먹으러 갔다. 티라미수는 양도 많고 정말 맛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 곳에서 라파스에서 머물 숙소를 정했다. 예전엔 그냥 그 도시 가서 돌아다니면서 숙소 찾고 그랬는데 그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다. 큰 배낭을 둘러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내 입맛에 맞는 숙소를 찾으려니 안 그랬을까? 이제는 한자리 앉아서 여기저기 비교해보고 맘에 드는 곳으로 가기 전에 예약하고 가는 것이 수고를 덜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가 정한 라파스 숙소는 Arthy 's Guesthouse

수크레가 다 좋은데 힘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차동차가 낡아서 매연이 너무 심하다는 것! 카페에 앉아 있는데도 매연때문에 목이 아프다.

계속 앉아 있으니 좀 움직이고 싶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다고 해서 갔다.

마치 공원처럼 잘 가꿔진 묘지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본 공동묘지랑 분위기는 매우 비슷했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본 묘지가 유명인과 부자들의 묘지였다면 이 곳은 그래도 시민들에게도 어느정도 개방되어 있고 망자를 위한 손길이 많이 묻어있는 곳 같았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웠다.

납골당이 하나 하나 모두 죽는자의 특징을 담아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납골당에 묻혀 있는 사람의 특징이 드러난다.

안타깝게도 어린 아이들의 납골당에는 장난감이나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 물건 등이 놓여있다. 하나 하나 보면 평소에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대부분 싱싱한 생화가 놓여져 일었는데 수시로 와서 바꿔주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손길이 느껴졌다.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그야말로 구경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실례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웠다.

레꼴레따 묘지 같은 가족묘도 많이 있었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간도 있었다.

공동묘지를 나와서 수크레 버스를 처음 타봤다. 돈은 1.5볼! 쉽게 중앙시장까지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걷는 건 싫지 않은데 매연때문에 힘들다.

수크레 버스 중에서 나름 컨디션이 좋은 버스다.

이제 숙소 가서 간단하게 살때냐와 망고를 챙겨먹고 우유니행 야간 버스를 타기 위해서 버스터미널로 고고! 이제 정들었던 Verde도 안녕(인줄 알았다).

시내 여행사에서 써준 바우쳐를 가지고 터미널에 가서 회사에 갔더니...자기네는 이런 버스가 없단다.

어쩌라는 건지...갑자기 머리가 띵!

모르는 스페인어로 계속 뭐라고 하는데 하나도 알아듣지는 못하겠는데 버스 시간은 다가오고 버스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기다리라고만 한다. 그 사람도 답답했는지 우리가 버스 티켓을 산 여행사에 전화해서 우리를 바꿔준다. 허지가 통화를 하는데 상황을 보니 우리가 지금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돈을 환불 받고 8:30에 곧 떠나는 다른 회사에 가서 우유니행 티켓을 사는 방법이다.

허지가 통화하는 동안 나는 아까 봐둔 8:30 우유니행 버스가 있는 회사 창구로 배낭을 앞뒤로 매고 뛰어갔다. 근데 방금까지만 해도 열려있던 창구가 셔터로 닫혀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셔터를 밀어올려서 우유니가는 티켓있냐고 소리를 질렀고 아저씨가 나오셨다. 무조건 오늘 떠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그 곳도 full!

취소한 거 없냐고 안 온 사람 없냐고 모르는 스페인어 찾아가면서 물어봤지만 오늘은 안 되고 내일만 된다고 한다. 이런...그 사이 허지가 장하게도 환불을 받아내서 돌아왔다. 여행사 아저씨가 미안하다며 그 직원 잘라버리겠다며 환불을 해줬다고 한다. 정말 남는 자리가 없는지 우유니 가는 버스까지 가서 물어보고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 수 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 일찍 우유니로 가기로 하고 아쉽지만 다시 Verde로 돌아와야만 했다. Verde 주인 아저씨도 우리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그럴만도 하지...

우리는 이 아쉽고 짜증나는 밤을 달래기 위해어제 저녁에 갔던 주점으로 갔다.

La Quimba

아 내가 어제랑 똑같은 곳에 앉아서 이러고 있구나...

나는 저녁도 제대로 못먹었는데 버스 터미널에서 한 방 먹고 나니까 허기가 시기 시작해서 알콜도 시키도 음식도 시켰다.

이 술은 마치 우리나라 폭탄주같다. 갈 수록 이 곳이 한국을 컨셉으로 했음이 내 머릿속에서 확실해져 간다.

숙소 들어가면 잘거면서 배부르게 먹었다.

어째 남미 여행이 순조롭게 잘 간다 싶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특별히 다를 것이 있겠냐 생각했었는데 사소하지만 일이 생겼다. 없는 버스의 표를 끊어주다니!! 갈 때 마다 다른 가격과 다른 시간을 말할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싸게 티켓을 끊으니 그런 생각이 다 없어져버린 1차원적인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누가 다친 것도 아니고
큰 돈을 손해본 것도 아니고
여행 계획에 큰 차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원의 실수를 여행사에서 나몰라라 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그 상황에서 해볼만한 걸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다만 우리의 여행 일정이 하루 늦어졌을 뿐이다.

아 기다리 고 기다리던 우유니는 하루 늦게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