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며칠전에 신청해둔 모라이와 살리네라스 반나절 투어를 가는 날이다. 힘들게 7:40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여행사 앞으로 갔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어제 마추픽추의 피로가 덜 풀렸는지 우리에겐 버스만 타면 잠을 자는 sleeping tour가 되고 말았다.
처음으로 간 곳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알파카 털을 자연 세척해서 실로 만들고 염색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이런 상업적인 투어 별로 안 좋아해서 인상을 썼지만 처음부터 보니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선인장에 붙어 사는 벌레, 옥수수, 각종 식물 등 천연의 재료에서 염색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에서 얻은 색깔은 정말 고급스럽고 고운 빛깔을 자랑한다. 인위적인 색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이다.
다음으로 간 곳은 모라이 유적지이다.
이 곳은 잉카인들의 계단식 밭인데 고도에 맞는 작물을 기르는 실험을 한 곳이라고 추측된다. 잉카가 거대 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농경 기술의 발달로 인한 수확 증대에서 찾는 학자들이 많은데 그만큼 잉카의 농업기술은 제국 전체를 안정적으로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것이었다.
우리는 너무 춥고 비도 와서 가이드를 따라 가지 않고 말 안듣는 초등학생처럼 입구에서 우리의 사랑, 왕옥수수를 사먹었다.
choclo con queso!
여기 사람들은 옥수수를 치즈와 함께 먹는다. 오늘따라 더 달고 맛있다.
또 버스에서 자는 동안 도착한 곳은 살리네라스라는 염전이다.
어떻게 이런 고산에 염전이 있을까 의아하지만 암염을 흐른 물을 계단식으로 조금씩 가둔 다음 햇빛으로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독특한 곳이다. 건기에는 햐안 소금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우기라서 흙탕물 색깔이다.
우린 여기도 안 들어가고 밖에 기념품 가게에서 구경하고 놀았다. 비가 오고 너무 춥다.
잠이 안 올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버스에서 또 잠을 잤다.
3시쯤 쿠스코로 돌아와서 우리는 마지막 점저을 또 jack's cafe에서 먹었다. 마지막 식사니까 식사 두 개랑 샐러드도 하나 시켰는데, 샐러드가 빵도 나오고 왠만한 식사량보다 많다. 샐러드라고 무시한 우리는 반성과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우하하하하 신난다.
저 접시를 모두 싹 깨끗이 비웠다!
여행하면서 매일매일 이렇게 빠짐없이 찾은 레스토랑도 드물다. 아직 못 먹은 음식도 많은데 아쉽다. 안녕 짜이찌엔!
부른 배를 두드리며 커피도 마시고 마지막 쿠스코의 야경을 즐겼다. 밤마다 아름다운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다녔지만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야경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이제 내일이면 1월 5일부터 수크레에서부터 계속되었던 고산지역에서 2주만에 해안지대로 내려간다. 고산병을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별 문제 없었지만 라파스에서는 앉아있어도 문득 문득 숨이 차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오늘이 사실상 남미에서의 마지막 여행 일정이었다. 하지만 마추픽추의 여파로 투어중 올 슬립!
이제 리마에 가면 쉬면서 쇼핑도 하고 뒹굴뒹굴 한국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지...아아 끝나가는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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