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16 덕혜옹주 / 권비영

릴리06 2012. 7. 28. 01:23

2012.07.26-2012.07.27

 

 

히노데 소학교에 다닐 때도 입었고 일본에 와서도 입었던 옷이다. 하지만 지금은 입을 수 없다. 일본 백작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입을 수 없다. 만약 그 옷을 입는다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추운 겨울 여학생들이 저고리를 입는 것에 대해서 춥지만 일본에서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선 저고리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를 우리이게 만들어주는 여러가지 형식적인 것들이 지금 우리에겐 거추장스럽고 따분한 것들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 같다.

 

덕혜옹주의 상황은 많은 면에서 영화'우리 학교'를 떠올리게 했다.

 

60-70년 전의 덕혜옹주의 일본에서의 정체성 혼란을 지금 재일동포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상처와 아픔이 꽤 오래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으리라는 짐작도 가능했다.

 

 

덕혜옹주는 해방후 1962년에 조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지만 일본에서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이혼을 당하고 딸이 죽는 등 이미 많은 시련을 겪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후였다. 그래도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 옆에서 잠들 수 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적, 조국, 고향

 

생각보다 강한 정체성의 울타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