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5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릴리06 2012. 9. 13. 23:26

2012.09.06-2012.09.13

 

 

때론 누군가 나에게 해주는 충고가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나 그 충고가 속물적이거나 편협한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느껴질 때는 더욱 그렇다. 나나는 딸 마리암에게 소설 초반에 이런 말을 한다.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라.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이 충고 역시 마음에 와닿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곱씹게 되었다. 소설 마지막에 마리암의 회상 장면에서 이 충고는 다시 한 번 등장하는데 이 소설을 쭉 다 읽고 나니 그 마음이 이제는 이해가 되고 정말 그렇게 살아온 그들이었구나 하는 안스러움마저 들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자신이 사는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 그 비참함과 안타까움이 잘 드러나있는 소설이었다. 한편으론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길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내가 착하다는 생각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참, 세상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나보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을 볼 때가 아니라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볼 때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조금 기특하기도 하고 이런 내 마음이 조금 고맙기도 하다.

 

 

할레드 호세이니 소설 '연을 쫓는 아이'를 예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1900원 행사할 때 샀었다. 소설에 대한 정보도 하나도 없었는데 왠지 끌려서 싼 맛에 주문했는데 역시 싼맛에 읽지 않고 있다가 시간 있을 때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희열과 충격은 정말 오래 남았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는 이민자들의 아픔,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종류의 감정들을 많이 느꼈다.

 

이 소설 속에도 마리암과 라일라, 이 두 여자를 통해서 아프가니스탄 여자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

 

예전에 중동에 가려고 아랍어도 배우고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봤던 내용 중에 이슬람에서 일부다처제를 하는 이유는 전쟁에 나간 남자들을 대신해서 남겨진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그 역사적인 배경이 설명되어 있었다. 그 땐 '우리가 알고 있는 부정적인 이슬람의 풍습이 사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들이구나.'하는 충격을 받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냥 정말 나쁜 남자들의 변명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에 대해서 유럽에서 금지하는 법안이 생겼다는 것을 들었을 때, 종교적인 문화인데 왜 저런 것도 금지할까 문화 국수주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이슬람교 여자들이 부르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가니스탄!

 

그냥 전쟁중인 위험한 나라인 줄만 알았는데, 그 곳에는 고향을 떠나 떠도는 난민들과 인권조차 위협받는 많은 여자들, 전쟁의 공포 속에서 죽어가는 내 가족들도 있는 우리와 비슷한 그런 곳이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