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2

잔잔한 특유의 감성을 잘 보여주는 일본 소설이다. 처음엔 옴니버스 구성인지 모르고 읽다가 당황했다.

 

누구나 막다른 골목에 있는 것만 같은 인생의 어려운 시절이 있다. 큰 그림, 큰 흐름에서 보면 나중엔 너무나 사소한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힘든 고통을 겪어내야 한다. 이런 시련들이 내 인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리라는 믿음은 변함없지만,그 때마다 하나씩 생기는 내 마음의 장벽들이 순간 순간 보일 때마다 씁쓸함을 느낀다.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는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그 시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다가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힘을 내서 일어서면 된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주는 어마어마한 힘이 꼭 필요하다. 내가 잘 못하는 기다리는 시간들.

 

- 무슨 일에든 지나치게 성실한 성격인 나는 모든 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그것은 몸에 밴 버릇이랄까 타고난 성품이라서 바꿀 수 없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상담을 받을 걸 그랬나 봐. 하고 나는 마음속 깊이 수치스러워하면서 생각했다.

 

- 사람들의 일방적인 평가였지만, 지금의 사사모토 씨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보다 큰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작은 일에 마음 조리며 살고 싶지 않다. 최근의 몇몇 일들을 겪으면서 더 그런 생각이 많아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내 일은 그렇게 생각하기엔 너무 꼼꼼하고 자잘한 것도 잘 챙기는 그런 성격을 필요로 한다. 싫다. 큰 흐름, 큰 그림을 보자.

 

-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강의 흐름을 보는 것과 똑같다는 것도 알았다.

 

- 언제나 아침에 일어나면 '다카나시는 오늘 뭘 할까.'하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평생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힘든 일을 겪을 때 저녁이 되면 힘들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불쾌한 감정이라는 것은 말도 몸서리치게 싫다. 조금 신기한 것 같다.

 

- 니시야마만큼 솔직해지기는 아마 어렵겠지만, 그의 인생처럼 있는 그대로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Posted by 릴리06

2012.11.19-2012.11.29

 

먹고(이탈리아) 기도하고(인도) 사랑하라(발리)

 

이 책은 영화로 먼저 접했다. 그 때는 사람들이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서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이번 발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 우붓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영화 영상 속에서 만나보고 싶다.

 

이 책의 저자 리즈는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1년의 여행을 계획한다. 이탈리아, 인도, 발리에서 각각 4달씩의 여행, 생각만해도 가슴떨린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이탈리아, 인도, 발리를 모두 다녀와봐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이탈리아, 인도, 빌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생각해봤다.

 

이탈리아 - IMAGINE

(고대 유적이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폐허가 된 유적지나 옛 흔적이 많은 도시의 모습 곳곳에서 이탈리아의 옛모습을 상상하면서 다녔다.)

인      도 - EAT

(처음에는 위생이 안좋은 인도음식을 먹는데 거리낌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고 우유의 재발견을 한 나라)

발      리 - RELAX

(발리는 정말 한 없이 편안해지고 쉬고싶어지는 평화로운 매력이 있는 섬이다.)

 

그럼 나에겐 '상상하고 먹고 쉬어라' 이 정도?

 

< 이탈리아 >

 

-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그의 문제점을 토론하는 일은 적절치 못한 일이다. 또한 나로서는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시선으로 우리 이야기를 서술할 자신도 없으니 우리 결혼의 실패사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객관적인 질실이란 있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 의해 말되어지고 쓰여지는 순간 온전한 사실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내 입장에서 이야기하려는 애초의 목적이 없는 이상, 나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입을 다무는 것이다.

 

- 하지만 모든 일에 꼭 실용적 가치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난 수년간 근면한 일개미로 살았다. 일하고 생산하고 마감을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잇몸, 신용카드 기록, 투표 등등을 관리하면서. 인생에는 오로지 의무밖에 없단 말인가? 슬픔의 암흑기에 처한 내게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만이 지금 당장 즐거움을 가져다 줄 유일한 활동이라는 이유 외에 달리 무슨 이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가치에 너무 우선 순위를 두지 말자. 우리는 때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마음이 즐거운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 대 플리니우스는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누구든 욕탕, 수조, 하수구, 주택, 정원, 장원 등에 로마가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하는지 고려해본다면, 게다가 먼 곳에서부터 그 물을 운반하고, 아치를 세우고, 산을 뚫고, 골짜기를 돌아가는 걸 참작한다면 세상에서 이보다 더 경이로운 일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것은 서양은 자연을 개발하고 동양은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의 글을 읽는 순간 동양이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 서양의 문명처럼 발달되지 못한 기술력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사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여행가는 아니다. 내가 그 사실을 아는 이유는 그 동안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정말로 여행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여행을 열심히 다니는 것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말씀들 하시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부끄럽다. 나같은 사람, 나보다 더 여행을 잘 하는 사람을 여행 하면서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나는 여행에 관해서 별 말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1321년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신곡을 발표했을 때 그가 라틴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문학계에 큰 충격이었다. 단체는 라틴어가 타락했으며, 엘리트들만의 언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진지한 산문에 라틴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학을 창녀로 전락시키는 꼴'이라고 했다. 귀족 교육이라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만 읽을 수 있는 라틴어를 사용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할 이야기를 돈을 내고 사야 하는 무언가로 전환시켜 버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신 단테는 거리로 돌아가 그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사용하는 진정한 플로렌스어를 수집해 그 언어로 이야기를 썼다.

 

라틴어와 이탈리어와의 관계가 마치 우리나라에서 한문과 훈민정음과의 관계같이 느껴졌다. 우리 나라에도 단테와 같은 천재 작가가 있어서 이러한 현실을 꼬집어줄 수 있는 지식인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한문, 라틴어 이것은 기득권층이 자신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이탈리아어는 로마어도, 베네치아어도 아니며, 완전한 풀로렌스어라고 할 수도 없다. 기본적으로 그것은 단테어다. 유럽의 어떤 언어도 그런 예술적 혈통은 지니고 있지 않다.

 

- 하지만 어스름이 내리는 우아한 이탈리아 정원에서 그들을(우울과 외로움) 만나게 된 건 정말 뜻밖이었음을 인정한다. 여긴 그들이 올 곳이 아니었다.

 

정말 여행중에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글쓴이처럼 너무 당황스럽다. 나는 여기서 행복하려고 왔는데 지금 이 당황스러운 감정들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여행을 한다고 해서 매 순간 즐거울 수는 없다. 때로는 짜증하고 힘든 경험도 있지만 다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여행의 길은 항상 즐겁다.

 

- 이 영원한 도시 로마에서 침묵의 아우구스테움은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끊임없는 격동과 변화의 물결에 준비해야만 한다고.

 

-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끼리 만나는 법이니까

 

- 우리(이혼남녀)를 말라죽게 하는 건 감정적 위축, 전통적인 삶의 방식의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충격, 그리고 많은 보통 사람들을 영원히 궤도에 붙잡아두는 그 모든 감정적 위안을 잃어버린 데서 오는 허탈감이다.

 

- 고대 인도의 요가 경전인 바가바드기타에는 불완전하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이 완벽한 다른 누군가의 삶을 흉내내며 사는 것보다 더 낫다는 말이 있다.

 

< 인 도 >

 

- 일상의 평범한 노동은 내 자아 순화 및 기타 등등을 위한 정신 수련의 일종으로 행해져야 한다.

 

머리로 하는 노동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하는 일상의 평범한 노동이 정신 수련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에 든다. 몸을 움직일 때는 망상에 빠지거나 탁한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는 느낌이 든다.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일상 수련이다.

 

- 넌 그저 데이비드의 마지막 조각을 놓아버리는 게 두려운 거야. 그렇게 되면 넌 진짜로 혼자가 될 거고, 리즈 길버트는 정말 혼자가 됐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서워 죽을 지경이거든. 하지만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어, 먹보야. 지금 이 순간, 네 마음속에서 이 남자에 대한 집착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깨끗이 비워버리면 거기에 빈 공간이 생기겠지? 그게 바로 출입구가 될 거야. 그럼 우주가 그 출입구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 우주가, 신이 그곳으로 밀려들어 오고, 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될 거야. 그러니까 데이비드를 이용해 그 출구를 막는 짓은 그만둬. 그냥 놓아버려.

 

- 사람은 다 똑같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우리가 갖는 집단적인 감정적 지형이다. 거의 백 살쯤 된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역사상 인간이 싸움을 벌이는 문제는 단 두 가지뿐이요. 날 얼마나 사랑해? 그리고 누가 대장이야?" 

 

< 발 리 >

 

- 자네의 양심을 길잡이로 삼게나.

 

- 발리에서 복합 가족은 너무도 중요해 이를 하나의 살아 있는 개인으로 취급할 정도이다. 따라서 그 울타리를 떠나면 안 된다. 제대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이 시스템은 세상에서 가장 온전하고, 보호받으며, 차분하고, 행복하고, 균형 잡힌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을 땐? 내 친구 와얀과 같은 경우에는? 추방자는 공기가 없는 궤도 속에 버려지게 된다.

 

- 그간 우붓의 해외인 거주자들을 관찰해온 결과, 이 마을 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똑같은 유형이다. 고국에서 푸대접받고 삶에 지쳐, 안간힘을 쓰던 모든 노력을 내려놓고 발리에서 무한정 임시 거주하기로 결심한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200달러면 멋진 집에서 살 수 있고, 젊은 발리 남자나 여자를 애인으로 둘 수도 있다. 정오가 되기 전에 술을 마셔도 누가 뭐라는 사람 없고, 약간의 가구를 수출하는 것으로 푼돈을 벌 수 있다.

...

이들은 무척 수준 높은 사람들로 다국적이며, 재능도 있고, 영리하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한 가지가 빠져버린 사람들 같다. 그들이 철저히, 영원히 포기해버린 그것을 바로 야망이다. 

 

- 성 안토니는 사막으로 침묵 수행을 떠나 온갖 종류의 환영들에게 공격을 받은 일에 대해 쓴 적이 있다.  ... 천사와 악마를 어떻게 구분하냐는 질문을 받자, 성자는 오로지 그 대상이 떠나고 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에 따라서만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머리가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 들면, 방금 만난 건 악마다. 마음이 가벼워지면, 그건 천사다. 

 

Posted by 릴리06

2012.11.12-2012.11.17

 

 

확실히 요즘 독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눈은 글을 따라 주욱 내려가고 있는데 머리는 텅 비어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순간이 있다. 너무 습관성으로 의미 없이 읽고만 있는 건 아닌지 허무했다.

 

이 소설에서 승환이라는 인물은 스쿠버 다이빙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래서 많이 접하지 못하고 살았던 주제에 대해서 소설에서라도 만나게 되니까 반가운 마음도 컸다.

 

최현수는 흉악한 범죄자로 몰려 결국 사형 집행이 되고 말지만 결국은 자신의 분신, 아들 서원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행동이었다. 그 원인도 모두 오영제라는 겉으론 지식 상류층이지만 속은 아주 영악한 인물에 의해서다.

 

현대인은 정신병으로 부터 절대 안전하지 않다. 모두들 한 두 가지씩의 정신병은 모두 안고 사는 것 같다. 남들은 이해 못하는 그런 정신병으로 인해 이해받지 못하는 행동들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언젠가 찬찬히 살펴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흥분하고 비난하는 현상들을 과연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내 판단의 기준들을 다듬어 나갈 필요가 있다.

 

- '어미는 손도끼로 찍어 죽이고 새끼 둘은 생매장해버린 남자와 우리는 다른 종족이야'라고 자족하고, 그 남자의

사악한 죄과를 대리보상하면서 도덕적 우월감에 젖겠지.

 

가끔은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고 조금은 더 도덕적이라는 우월감에 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사실 너와 나는 별로 큰 차이가 없는 똑같은 인간들인데 남은 낮게 만듦으로써 우리를 높이는 건 아닌지 반성된다.

 

- 현수는 자신의 손끝에서 깜박거리는 담뱃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인생과 그 자신이 일치하는 자가 얼마나 될까. 삶 따로, 사람 따로, 운명 따로, 대부분 그렇게 산다.

 

- 명색이 배웠다는 것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죄다 남의 뒷소문이었다.

 

뒷말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지켜야할 규칙! 배움과 행동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많이 배운 사람이 도덕적이거나 더욱 높은 사람일 것이라는 것은 엄청난 편견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우주이기 때문에.

 

- 블루 오브 증후군(Blue Orb Syndrome)이라는 게 있어. 바다에서 일어나는 광장공포증이지. 깊고, 넓은 해저에 나 홀로 있다는 인식이 엄습하면,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의식이 핀 포인트가 되는 거야. 감압은 말할 것도 없고 숨을 뱉는 일까지 잊어버려.

 

너무 넓은 곳에 있으면 길을 잃기 쉽다. 방향감각을 키우자.

 

Posted by 릴리06

2012.11.11

한 달 전쯤인가 어린 왕자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은 되는데 도서관에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못 읽고 있다가 ipad 교보 전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간단하게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어서 참 편리하고 여행 가서도 책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잘 익혀두었다가 발리가서 요긴하게 써야지.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머리가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지금 아이들 눈에 일일이 설명해 줘야 아는 '어른'의 모습으로 보일까?

 

20대가 되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한 해 한 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 부담은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의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은 뭐든 하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 하고 싶어지지 않을 것만 같아서... 내 마음이 늙어가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내가 길들이고 길들여진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

그만큼 책임감도 많아진다는 것,

 

쉬운 책같지만 정말 어려운 책이다.

 

- 어른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하니 어린 나에게는 여간 벅찬 일이 아니다.

 

'어른'인 선생님의 눈으로 평가받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하긴, 아이들의 설명을 듣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클 때가 많다.

 

-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뱀)

 

-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여우)

 

-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여우)

 

- "너희는 나의 꽃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는 아무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길들지 않았으니까. 너희는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와 같아. 길들여지기 전의 여우도 수많은 여우와 같았어. 하지만 이제 나의 친구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었지."

 

-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여우)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정말 중요한 것을 볼 수 있을까? 본질을 흐리는 현상에 속으면 안된다.

 

-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돼.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으니까.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야 해."(여우)

 

여우의 말 중에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많다.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나에게 길들여지고 내가 길들여졌으면 나에겐 특별한 물건이 되는 것처럼, 어쩌면 인생은 나를 세상에 길들이고 길들여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 "사람들은 서둘러 급행열차에 오르지만 정작 자신들이 무엇을 찾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늘 분주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예요."

 

 

Posted by 릴리06

2012.11.06-2012.11.11

 

란옥이가 산 잡지에 재미있는 소설로 소개되어서 읽어본 책인데 나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많은 인물들이 나와서 어떻게든 얽혀가는 모습인데 뭔가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긴장감이 없는 느낌이어서 처음엔 빠른 스토리 전개를 따라 읽다가 나중엔 빨리 읽어버리려고 읽은... 그리고 뭔가 내가 거북해하는 소재의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다. 그리고 복선이 너무 많이 깔려서 기대감을 높이는데 실제로 뒤에 보면 별일이 아닌 경우도 많고, 반복되는 말투가 식상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제목처럼 역동적이고 신비스러운 고래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하다.

 

- 과연 객관적 진실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그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된다. 그뿐이다.

 

-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세상에는 비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으며 비밀은 오직 혼자만이 간직하고 있을 때에라야 비로소 비밀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Posted by 릴리06

2012.10.23-2012.10.31

 

언젠지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 읽다가 말았던 책!

 

도서관에서 문득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빌렸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많은 호평을 받지만 나에게는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보다 덮어버린 책이 대다수였다. 이건 왜 이리 어려워~ 이러면서...

 

이번엔 차근차근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익숙한 표시가 보인다. 이 표시는 내가 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부분을 체크해두는, 맞다. 바로 내가 해 놓은 표시였다. 이 책을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적이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여기 이 익숙한 표시가 내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순간 아~~ 내가 이런 것도 안지우고 반납했나 싶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음~~ 몇 년 전과 비교해서 내 생각의 변화가 보이겠군... 생각하니 조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래서 자기 책을 가지고 읽는 것이 더 좋은가 싶기도 하다. 하나의 책에 계속해서 변화하는 내 생각을 덧칠해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첫 번째 읽을 때는 참 무슨 사랑을 이렇게 어렵게 설명해놨냐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상황마다 딱딱 어울리는 그의 탁월한 비유에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 책을 읽었던 사이의 시간만큼 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이 주목한 것은 인간의 양면성이 아닌가 싶다. 어떤 현실을 합리화 시키며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이성과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 괴로워하는 감정, 이 어쩔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의 인산 심리를 잘 포착하고 묘사하고 있다.

 

+ 내용 정리 후

 

내가 표시해놓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깜짝 깜짝 놀라며 다 정리했다. 보통의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이런 모습인 것 같다. 만나고 결혼을 해도 관계 속에서 계속 사람은 외롭다고 한다. 혼자여서 외로운 것보다 관계 속에서 외로운 것은 더욱 답이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 "이 안쪽이 피곤해. 육체적으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겉보기에는 흥미로운 일들을 하는데도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아."

 

- 그 과정에 중요성이나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람도 없이.

 

- 평범한 물건을 액자에 넣으니 그 형태와 색, 울림을 관성적으로 무시하지 않게 되었다. 액자는 이런 의미였다.

 

예전에 사진동아리를 할 때를 생각해보면 어떤 사진이든 크게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두면 다 그럴듯한 의미가 부여되었다. 그래서 뭐든 크게 뽑는게 좋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엇인가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사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속을 응시할 수 있는 시간과 계기가 필요하다.

 

- 솔직함(무례와는 습자지 한 장 차이)이라는 것의 장점이 뭐냐 하는 이야기는 관두고, 어쨌든 조애나는 정곡을 찔렀다. 앨리스는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실을 인정하기를 꺼렸다.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예전에는 혼자인 것이 농담과 가벼운 장난의 대상이었지만, 점점 말 못 할 무게감이 더해졌다.

 

- 앨리스가 지금 에릭을 사랑하는 것일 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이 동어 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영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

 

- 고정된 상(像)과 현실적 제약의 독재에서 벗어나, 독자의 상상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특권이다. 안나가 어떻게 생겼는지 톨스토이가 정확히 밝힐 필요 있었을까?

 

-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덕에, 호텔과 매혹적인 연인은 풍부한 상상력의 방아쇠 구실을 할 수 있었다.

 

- 그렇지만 우리가 그녀를 가여워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에릭에게 끌린 데에는, 그 남자가 다른 여자들이 보기에도 매력적이라는 점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 타인의 도움 없이도 좋고 싫은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수지에게는 부러움을 살 만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는 음식 비평가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작은 폴란드 식당을 런던 최고로 꼽았고, 세상이 칭찬하거나 관심을 쏟지 않는 남자라도 사랑했다.

 

- 그녀의 자신감은 늘 확인을 받아야만 자라는, 불안전한 구조였다. 원하는 걸 얻거나,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바람이 빠지는 타이어 같아서 늘 다시 채워줘야 했고, 그게 불가능해지면 이전의 낙관이 오만한 허위로 보이는 상태로 급속히 빠져들었다.

 

- 내 필요를 고백할 때는 감정적으로 벌거숭이가 된다. 당신이 없으면 헤매게 될 거라고, 독립적인 사람처럼 보이려 애썼지만 꼭 그렇지도 않으며, 인생의 방향이나 의미도 모르는 형편없이 유약한 인간이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

그러면 감정의 옷 입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른 속, 상징적인 생식기의 약함, '당신이 필요하다'는 엄청난 비밀을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만든 옷장 전체로 이루어진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내가 조종할 수 없는 사람, 곧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 시시덕거림으로써 우리를 미치게 하거나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 남들이 싫어할 만한 점을 어느 정도 자각하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판함으로써 외부의 공격을 대부분 피할 줄 안다.

 

- 위대한 러시아 심리학자 파블로프는 덜 알려진 실험을 통해, 반응하도록 훈련하던 신호에 충분한 혼란을 주면 개가 몸을 떨고 대소변을 보면서 신경증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밝혔다.

...

종소리가 따로는 이것을 의미하다가 때로는 다른 것을 의미하면 개는 천천히 광견 상태에 빠져들었다.

 

- 평소에는 멀쩡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 편집증에 걸리고, 별별 최악의 생각을 다 한다. 편집증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르는, 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상대를 높이 평가하니 내가 버려질 가능성이 점점 커질밖에. 하지만 일단 재앙의 시나리오에 끌려들면 사랑은 상처를 악화시킬 뿐이다.

 

- 자기가 사랑스럽게 타고났다고 생각하면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 테고, 상대의 기둥 없이도 케이블을 수백미터 늘어뜨릴 수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해가 부족함을 벌충하므로 당신을 사랑해란 말이 덜 필요하다. 당신이 왜 날 사랑하지 않겠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기본 태도다. 내가 나한테 느끼는 감정을 당신이라고 못 느끼겠어?

 

- 당신은 날 많이 사랑하지 않아라는 억압된 두려움과 내가 말도 안 되는 걱정으로 당신을 괴롭히면 안 되는데라고 타고난 심리적 규범이 폭발적으로 뒤섞여 상호 작용하는 것이 애인의 편집증을 낳는 마법이다. 그런데 아무리 이성을 찾고 성숙해지려 노력해도, 나는 조금씩 미쳐가......

 

- 사랑에서는 권력이 훨씬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정의에 의존하는 것 같다. 사랑에서는 권력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능력으로 간주된다.

...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 누군가 이웃집 정원으로 들어가서 거기 있는 위험을 끌어안아야 한다. 용기를 내서 "커피 마시러 올래요?" 라거나 "혹시 그 영화 봤어요?" 라고 물어야 한다. 누군가 헛기침을 하고는 "당신과 함께 있는 게 좋아요." "우리 결혼할까요?"라고 말해야 한다. 자신의 말을 권력의 저울에 올려놓고, 두려워하면서 상대방이 똑같은 무게로 다가오기를 바라야 한다. 하지만 책임을 따지기는 어렵다.

...

그가 정중히 거절한다면 관심이 없나보다 하고 양해해야 할 뿐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 진실은 얻기 어려운 보물이며, 쉽게 읽고 배울 수 있는 것은 경박하고 중요하지 않다는 편견이다. 진리는 올라야 할 산과 같아서, 위험하고 모호하며 품이 많이 든다. 도서관의 환한 불빛 아래에 학문의 좌우명은 이렇게 쓰여 있다. 읽기 힘든 책일수록 더 진리에 가깝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 마음이 열려 있고, 명쾌하고, 예측 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카치가 있는 것 같다.

 

- 공항은 두 문화가 극적으로 부대끼는 곳이었다.

 

- 저자는 우리가 혼자만의 느낌이라고 기쁨에 떠는 연인들처럼, 독자는 책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서 외친다. '세상에, 나랑 똑같이 느끼는 사람이 있네! 나 혼자만......을 느끼는 줄 알았는데.'

 

- 독자에게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책에는 그럴듯한 편견이 따른다. 스탕달은 어떤 생각을 소설에 도입하는 것을 음악장에서 총을 쏘는 것에 비유했다.

 

- 앨리스는 생일, 축제일, 동창 모임이나 결혼식에서와 같이 당연히 행복해야 하는 때는 늘 초조했다.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 일을 즐기기가 힘들었다.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감탄을 늘어놔야 하는 경우에 그랬다. 행복해야 한다고 계속 되새기는 것보다 서글픈 일이 있을까.

 

- 흔히 아픔과 고민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 (지성인의 주장)...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반대 주장도 있다. 생각이 아픔이나 문제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것들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자연주의자의 주장)

 

- 아무리 여자를 칭찬해도, 기본적으로 에릭은 자신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성이 열등하다는 근본적인 믿음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 남자는 여성들에게 관대할 수 있었다.

 

- 앨리스로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휴가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직장에서 대강 이야기를 했지만, 수지와 대화하며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을 따져볼 참이었다.

 

- 리넨 드레서를 산 일이나 카리브 해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이나, 앨리스는 고전적인 소비의 덫에 걸린 것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깔린 목적은 단순히 그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스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녀가 원했던 것은 모델이 입은 옷이 아니라 모델 자체였다.

 

-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축척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 이러한 성향은 민족성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계층과 지역과 집안의 특성이 뒤섞여 구성된다. 본인은 이 무의식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정상 상태로 여린다.

 

- 약한 쪽이 자신을 드러내고, 강한 쪽은 자기를 절제하게 마련이라면, 인터뷰어는 강한 쪽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강한 쪽이라면 마키아벨리식 책략에 따라 질문을 해야겠지만, 앨리스는 단지 자신이 드러날까봐 두려워서 질문하는 쪽에 서는 것이었다.

 

-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 프로이트 식으로 이해하자면, 스스로도 모르는 자아의 영역, 해결 안 된 갈등의 영역이 광활하긴 해도, 스스로 알고 갈등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어떤 동력이 존재한다.이러한 틀에서 꿈과 말실수는 표현법을 모색하는, 혼란스럽지만 대단히 논리적인 시도다.

 

- 친구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LED의 불빛이 밝고 희망차게 4라는 숫자를 깜빡이면, 여지없이 누구의 전화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내 버렸다. 응답기 주인은 바라던 그 사람이 드디어 전화했다는 생각이 밀려드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라플랑슈 퐁탈리스가 '욕망이 성취되었다고 상상하는 심리적 각본'이라고 정의한 전형적인 소원 성취 형태였다.

 

이러한 상태는 삶의 활력도 되긴 하지만 정말 심신을 지치게 만든다.

 

- 한 사람 내부에서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 믿음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것이 자기기만의 뚜렷한 특징이다.

 

- 책임 떠넘기기라는 고전적인 실내 놀이가 있다. 사람 두 명, 금기시되거나 위험한 일, 책임감을 느끼거나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으면 되는 놀이다. 방법은 놀이에 참가한 한 사람이, 양쪽이 원해서 일어난 일에 대해 다른 한 사람에게 책임이 돌아가도록 미묘하게 상황을 조작하는 것이다.

...

상대가 1단계부터 3단계까지 밟았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비난을 받게 될 사람)은 마지막 4단계를 취하는 사람이다.

...

"그래요, 내가 다르게 받아들여서 미안하군요. 물론 당신 잘못은 아니지요. 내 말을 잘 들어요, 앨리스. 앞으로 헷갈리고 위선적인 행동은 다른 사람한테 보이면 고맙겠군요."

 

- 그이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구나.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을 과장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라는 유명한 경구의 진부한 메아리였다.

 

사랑하면 눈에 콩깍지까 씌워지는 그런 마음, 알고보면 그 사람도 보통의 사람인데 우린 그 사람을 통해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투영시키면서 상상을 하고 만족을 느끼고자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보통의 사람이지만 나에겐 특별한 의미가 되어주는 사람이다.

 

- 관계란 스스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원초적이고 잔혹한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방정식으로 나타냈을 때, 두 사람이 함께 하려면 양쪽에서 40단위에 이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자. 양쪽이 20단위씩 노력을 내놓는 관계가 가장 합리적이겠지만, 원래 한쪽이 상대방보다 더 많이 노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떻게, 또는 왜 그럴까? 덜 노력하는 편은 어떻게 정해질까? 상대가 얼마나 신경 쓰느냐를 측정하는 몹시 냉소적인 감각에 따라서 그렇게 된다.

 

- "언제나 당신보다는 내가 노력을 해야 했어요.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저 이렇게 된 게 불가피한 일은 아니었는데 당신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깨달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을 이해하려고, 당신이 왜 그러는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래서 화가 끓어오르고 울고 싶네요. 모든 게 쓸데 없는 낭비였어요."

 

내 주위의 대부분의 남녀관계의 마지막은 남자의 사랑의 변심? 혹은 무심함?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자들 중 자기 주변은 여자가 문제라고도 이야기를 하니 둘 다 문제는 있다.) 여자 혼자 관계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20을 넘어 30, 35,36,37,38,39의 노력을 쏟아붓다보면 그럴수록 차오르지 않는 우물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지치고 먼저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헤어지자는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 나 정말 힘드니깐 너도 좀 노력해줄래?

2. 나 이제 힘들어서 치사해서 너랑 못해먹겠다.

어느 여자도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100% 1번 혹은 2번의 이유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1번과 2번이 어느 정도 섞여있냐의 문제이지. 관계를 적절히 유지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노력 없이도 유지되는 관계는 없나?

 

 

Posted by 릴리06

2012.10.22-2012.10.23

 

'광해' 이후 볼만한 영화가 없었는데 '용의자X'가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두 천재 이과생들의 두뇌 싸움이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져들어서 본 소설이다. 영화는 평점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하던데, 소설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 펼쳐진 이미지들을 하나의 영상으로 만족시키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순수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교수님들 중에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봐도 어린아이같은 구석이 있으신 분들도 많다. 복잡하고 교묘한 사회 생활에 등을 돌린 채 순수한 학문만을 파고들다보면 사람이 단순해지고 맑아지는 걸까? 

 

요즘에 책에서 이과, 문과에 대한 이야기를 유독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세상이 이렇게 이과와 문과로 양분되어 있는 것인가? 어쨌든 나도 이과 성향이 강한 아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더 이과쪽의 이야기에 더욱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살아갈수록 순수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이야기 스토리를 따라 읽다보니 딱히 인상깊은 표현이나 사색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 그것은, 절대로 완벽하다고 믿고 있던 수식이 예상하지 못한 미지수 때문에 서서히 흐트러져갈 때 느끼는 감각과 비슷했다.

 

- 왜 이런 공부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문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학문을 하는 목적이 생겨난다.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길로도 이어진다. 그런에 그들의 소박한 의문에 대답하지 않는 교사가 너무 많다. 아니,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가르치고 학생에게 일정한 점수를 주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모리오카가 던진 그런 질문 따위는 그냥 번잡하고 귀찮을 따름이다.

 

- 진실을 숨기는 건 괴롭다. 숨긴 채 행복을 거머쥔들 그게 진정한 행복은 아닐 것이다.

 

Posted by 릴리06

2012.10.18-2012.10.22

 

 

사실 이 책이 청소년 도서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동 도서에서도 배울 점이 모두 있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지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을 가다듬으며 읽기 시작했다.

 

보통 인생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를 많이 한다. 처음에는 작은 샘물에서 시작해서 좁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돌에 걸릴 때도 있고 순탄하게 내려갈 때도 있고 때론 빙 둘러갈 때도 있다. 하지만 강물의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이 고난과 슬픔, 기쁨과 환희가 함께 섞여 있지만, 행복한 순간도 힘든 순간도 모두 강물의 큰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이제 인생을 마감하려는 할아버지와 그 할어버지가 손녀에게 해주고 싶은, 그리고 많은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 리버보이를 내세워서 풀어나가고 있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판타지적 요소인 리버보이의 등장으로 생동감을 더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선 눈물 한 방울도 함께...

 

-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헐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 울어야 할 순간에 울음을 참으면 병이 난다.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소설 속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아빠를 떠나보내야 했던 불과 몇 개월 전의 일들이 계속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성인인 나에게 어쩌면 가벼울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 절대 가볍게 읽히지 않았다. 나는 아직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할만한 준비가 안 된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일이 너무나 일찍 나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나를 그리고 우리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별의 인사를 나누며 인생을 정리하는 과정, 이 과정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우리 아빠를 떠나보내면서 더욱 힘들었던 점은 너무나도 참기도 힘든 극도의 슬픔 속에서 남은 사람들을 누군가를 먼저 떠나 보내기 위해서 용기를 내야한다는 점이었다. 그 용기는 나 스스로 어쩌면 타인에 의해서도 반드시 내야만 하는 용기이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목부터 메여오고 눈물이 줄줄 흐른다.

 

병원에 있는 한달 반동안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했는데, 곧 퇴원한다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 영정사진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의 마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슬프고 힘든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나니 이젠 내 삶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몇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 전에 아빠가 지갑에 친구들 사진만 있고 자기 사진이 없다며 서운해 했던 것이 생각나 다이어리에 아빠 사진을 넣어뒀고,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쓰라고 주시려고 했던 돈도 내 지갑 깊숙히 자리해 있다. 그리고 평소 연락도 자주 안한다며 많이 서운해 하셨는데, 왜 이리 서운해 했던 것만 생각이 나는지 후회만 많다.

 

고등학교 때 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면 데리러 와주고 서울에서 내려갈 때도 집앞에서 마치 기다리는게 아니었던 척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 아빠의 마음을 몰라줬던 내가 무뚝뚝한 성격이어서라고 변명하기도 미안한 이 마음을 어떻게 갚아나가야할지 모르겠다.

 

아빠,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했을 때 한번 갔었더라면.

내가 다정하게 다시 아빠한테 안부전화 할 수 있다면,

아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랑스러운 딸이었다면,

아빠가 그렇게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자는 아빠를 깨우기 싫어서 서울로 돌아오던 날, 깨워서 인사라도 했었다면,

 

무엇보다

우리에게도 안녕이라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미안해.

 

Posted by 릴리06

2012.10.14-2012.10.19

 

 

나는 같은 책을 두 번 읽지 않는다. 아니, 싫어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새로운 내용을 읽고 싶지 아는 내용을 다시 보는 것은 나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주말, 문득 읽을 책이 다 떨어지고 책장을 둘러보다 '자기혁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1년전에 꼼꼼하게 읽는다고 읽은 책이었는데,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너무 많고 나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내용도 달라졌다. 1년 전의 내가 읽은 책과 1년 후의 내가 읽는 책은 그 사이의 나의 생각의 변화에 따라서 매우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느꼈던 점은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은 내용의 망각 속도가 매우 달랐고, 그리고 내용의 내면화의 정도도 두드러지게 차이가 났다. 이 정리 습관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나에게 가져다 줄 큰 변화에 대한 기대에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두 번째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강조하는 자기 안의 혁명,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익숙한 것을 지양하는 자세, 그래서 우리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항상 고민이 되는 상황에서 나의 선택의 기준은 '변화 속에 답이 있다.' 이다.

 

아래의 한 문장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 같다.

 

인생은 자기 자신에 대한 도발이고 혁명이다.

 

- 낮선 것과 조우하지 않는 한 새로운 생각은 없다. 이렇게 새로운 상황에 대한 생각들이 사유되고, 그것들이 의식에 젖어들어 나의 행동이 교정되고 내면화되는 과정이 바로 긍정적 습관화, 소위 긍정적 애티튜드의 형성이다. 반면 좁은 범위에서 습관화된 행동과 생각만 반복하게 되면, 우리는 모든 낯섦을 거부한 채 누에처럼 고치를 짓고 거기에 안주하세 된다.

 

낮선것을 만나기 위한 나의 노력은 평생동안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라는 틀 안에 나를 가두지말고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생각하여 그러한 것이 나중엔 귀찮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습관화가 필요하다.

 

- 스스로 자아라고 믿는 의식은 내가 가진 편집가위로 기억하고 싶은 것, 자랑스러운 것, 앞뒤를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해 무시해도 좋을 만한 것들만 남기고 기억을 싹둑싹둑 잘라버린 결과물이다.

 

내 기억은 생각보다 내가 가진 왜곡, 절단, 접합의 가위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억이다. 나름 객관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럴 순 없는 것 같다.

 

- 내 삶이 '새로운 자극 - 도전 - 생각 -축적된 사유 - 태도화 - 새로운 자극'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 속에 있어야 한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상(사건,지식,정보)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라고 말했다.

...

그 일부의 지식으로 판단하려 드는 태도가 나를 오류에 빠뜨리는 원인인 셈이다. 그러므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과감하게 현상(내가 참이라고 인식하는 것들)을 버리고 본질을 직선으로 관통하려면, 다양한 체험적 지식을 통해 얻은 새로운 생각과 기존의 것을 비교하고 개선하는 긍정적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지식과 정보는 내가 본질을 파악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같지만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방해가 된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많은 정보를 아는 것보다 정화하고 필요한 정보만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것과 책으로 공부하는 것의 차이점과 비슷하지 않을까?

 

- 침묵은 온갖 충동과 감정, 유혹에 흔들리는 나를 관찰하고 경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침묵의 순간, 세계에 대한 나만의 사색이 시작되는 것이다.

 

침묵이 가장 큰 외침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침묵을 하면 상대방은 나에 대한 상상을 더 많이 하게 되면서 내가 한 어떠한 말로 이야기한 것보다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말하기보다 더 어려운 침묵하기!

 

- 만약 창의성을 고민한다면, 사람을 만나되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땅을 밟되 처음 밟는 땅을 밟고, 책을 읽되 생소한 분야를 읽어야 한다. (다양한 경험과 독서, 공상)

 

- 사물은 내가 인식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인데, 나의 인식이 정교한 프레임에 걸려 오작동한다면 나에게 사물은 혹은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고, '바람풍'을 '바담풍'이라고 부르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것이 어떠 현상에 직면해서도 본질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프레임의 오류, 복잡한 현상을 하나의 프레임으로만 설명하려고 하지마라.

 

- 지금 중국에서는 한 해에 1,000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 40퍼센트가 실업자다.

...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만 증가하면 그만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만능주의를 견제하지 못하면 우리 청년들의 미래는 앞으로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던 전문분야, 첨단분야의 일자리마저 중국이 흡수해버릴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 이 '폐기를 바탕으로 한 성장의 시대'에는 상대적 욕망을 자극해서 가진 것을 버리게 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때 욕망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 테크놀로지, 브랜드, 스토리, 컬처 등이다.

 

- 즉 행복과 불행의 가늠자는 지루함인 것이다. 내가 행복하려면 그것을 손에 넣어도 지루하지 않은, 그것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그 빛이 사라지지 않는 대상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추구해야할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많다.

 

- 새뮤얼슨은 '행복'을 '가진 것/욕망'으로 규정했다. 가진 것을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는 것이 행복의 척도라는 의미다.

...

18세기 초입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었고, 자연이 생산성의 절대적 요인이었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것을 늘림으로써 행복해지려는 시도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사상과 철학은 욕망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18세기 전후 상황이 역전되었다. 행복의 추구는 '욕망 통제'에서 '가진 것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일찍이 이 분제를 간파한 케인스는 "가진 것을 늘리려면 가지려는 욕망이 그보다 더 크게 자라야 한다."고 답했다.

...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개인의 경제적 성취와 소수집단의 부만을 대상으로 남을 때 욕망은 날카롭고 사악하며 통제 불가능해지지만, 그 대상이 사회 전체로 넓어지면 욕망은 부드럽고 선량해진다.

 

- 우리는 대개 성과의 차이가 능력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태도의 차이, 즉 집중력의 차이 때문이다.

 

- 애티튜드 혹은 태도는 전생애에 걸쳐 나의 삶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 지금까지 문명과 문화의 발달은 0.1퍼센트의 창의적 인간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꿈꾸지 않는 것을 꿈꾸며, 모두가 보지 못하는 어두운 곳에 깃발을 꽂고 이곳이 젖과 꿀이 흐르는 새로운 땅이라고 외치면, 0.9퍼센트의 안목있는 인간만이 그것을 알아보고 그들과 협력하고 후원하며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 결과다. (제러미 리프킨)

 

- 수학적 지식이 바탕이 된 학문들은 탐을 쌓아올리는 특징이 있다. 반면 철학이 바탕이 되는 학문의 특징은 수평적이고 산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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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시대에 '높이 더 높이'를 외치며 첨답만 쌓아올리고 인문학이라는 땅을 다지지 않는다면 정작 그 탑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끝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즉, 과학기술이 하드디스크라면 인문학은 운영체제에 해당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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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하기 위해서는 수학이 필요하듯 인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철학을 접해야 한다.

 

제노사이드를 읽으며 고민한 이과와 문과의 역할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다. 문과(철학)없는 이과(과학기술)은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 하지만 사람은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에서 머리가 가슴과 충돌하면 혼란에 빠지고 고통이 뒤따른다.

 

머리와 가슴이 부딪히고 충돌하면 정말 괴롭다. 실천하면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실천할 용기가 없을 때 우리는 가슴을 외면해버리고 만다. 적당한 자기 합리화와 함께~ 머리로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내 가슴도 함께 따라오고, 따라서 내 몸도 함께 움직여야 진정한 지성인이고 인격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유를 통한 실천! 나의 숙제다.

 

- '사회'라고 불리는 성인의 세계에 진입하면 '자율'이라는 이름의 더 무거운 금기가 주어진다.

 

- 어릴 때부터 참고 통제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고, 그렇게 예가 갖추어져야 비로소 공부가 가능하다고 공자는 생각했다. 즉 예는 좋든 싫든 해야만 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내키지 않지만 할 일은 하는 태도와 인내심이 길러지며, 이런 인내의 바탕 위에서 비로소 자신을 견제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의 사생활(도덕성편)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스스로의 욕망을 참을 수 있는 아이, 결과에 이르는 길까지를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아이가 결국 성취도 좋다는 나에겐 정말 인상깊은 다큐멘터리였다. 사실은 공자도 옛날부터 그 본질을 통찰하고 있었던 진리였나보다.

 

- 새로운 환경은 이질적인 환경에서 나온다.

 

- '운명적'이라는 말은 너무 유연해서 욕망을 추구하는 나와, 좌절과 권태를 거듭하는 나 모두를 위한 변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것이든 선택의 결과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탁월한 말은 없다.

 

- 세상의 모든 슬로건은 콤플렉스의 반영이다. 어떤 이가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외친다면 그의 최대 약점이 바로 그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 변화는 스스로 변화하는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내는 무지개와 같다. 매일 스스로 변화해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 아침과 다른 저녁을 맞는 사람에게 변화하는 패러다임 혹인 세상은,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느린 장면이 된다.

 

-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취해야 할 <주역>의 기본원리는 계사전의 '궁즉변,변즉통,통즉구'라는 구절에 모두 녹아 있다. 이 아홉 글자의 뜻을 우리말로 풀면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영원하다'는 뜻으로, 이 말은 사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빛나는 선언이기도 하다.

 

온전히 자기가 경험한 만큼이 자신의 세계다.

 

Posted by 릴리06

2012.10.12-2012.10.13

 

- 나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장난감도 자연 속에서 재료를 구해서 직접 만들어야 했고 간식도 자연 속에서 채취해서 자급자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시의 아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무조건 돈으로 해결한다. 창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부모를 도의 공급처로만 인식하게 된다.

 

- 꽃병을 없애주세요. 애완용 강아지나 고양이가 예쁘다고 머리르 절단해서 실내를 장식하지는 않잖아요.

 

어디선가 식물도 동물과 똑같이 감정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꽃을 꺾었을 때 하얀 진물같은 것이 식물의 피라고... 음악을 들려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식물이 더 잘 자란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많이 있다. 생물에는 식물과 동물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지만 어쩌면 현실 속의 우릴의 인식은 식물을 생물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 가슴이 메마르면 눈물도 메마른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타인의 아픔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참 눈물이 많은데 가슴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인가? 어쨌든 나의 너무 많은 눈물은 때론 나를 난처하게 하기도 한다.

 

- 변명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느려지고 반성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빨라진다.

 

- 꽃이 피었을 대는 꽃을 질길 줄 알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열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시기에 맞는 생각 과업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시기를 잘 이겨내면 다음 시기를 마치 선물처럼 받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고는 다음 시기에 가서는 또 그 다음 시기를...... 다 필요없고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 과학자들의 이론에 의하면 어떤 사실을 알고 난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알기 이전의 상태로 복원할 수 없다. 그 이론을 사람과의 만남에 적용시키면 어떤 사람을 알고 난 다음에는 알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결론을 유추해 낼 수 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따위로는 완전무결하게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연은 소중하다.

 

빅픽쳐

 

- 자기보다 더 아픈 자의 고통을 헤아려본 적이 없는 자의 하소연은 대부분 엄살이거나 허영일 가능성이 높다.

 

- 내조를 잘 하는 아내는 우렁이 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편이 평생을 다 바쳐 만들어가는 것이다.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도 동화책 속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겠지? 아내가 평생을 다 바쳐 만들어가는 것!

 

-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깨닫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 세상이 그대를 과소평가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그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주 유일의 존재다.

 

나는 세상의 평가, 사람들의 평가에 많이 연연해 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때는 내가 내 생각과 철학에 따라서 올바른 가치판단을 한 후의 행동이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가끔 드는 생각은 지금은 이런 내 사고방식이 좋지만 이러다 점점 남의 의견에도 귀를 닫게 될까봐 염려가 되기도 한다.

 

- 운이 꼬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하는 일마다 실패를 초래한다. 하지만 헤어나는 방법이 있다. 일부러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무조건 베풀어라. 그러면 거짓말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게 된다.

 

이 똑같은 말을 다른 책에서도 본 적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을 도우라는 말, 속는 셈치고 실천해 보아도 좋을 것 같은 이야기다.

 

- 인간은 '알았다'에서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서 성숙해지며 '깨우쳤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

 

 

Posted by 릴리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