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2016.엄마와유럽

[D+8] 007 작전 실패

릴리06 2016. 8. 5. 23:53
오늘은 이 주변의 여러 봉우리들을 다녀야 해서 분주한 하루가 될 것 같아 일찍 시작을 했다. 융프라우를 가기엔 날씨가 너무 안좋아서 선택한 봉우리는 쉴트호른이다. 쉴트호른은 3000m에 가까운 봉우리인데 이곳에 가려면 케이블카 산악열차를 5번이나 갈아타고 가야한다. 그래도 3000m 걸어서 안가는게 어디야 ㅋㅋ

먼저 라우터브루넨을 커쳐 뮤렌 마을로 갔다. 유럽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힌다는데 아기자기하게 구경라기 좋다. 그런데 구름이 ㅠㅠ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좋지않아서 마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스위스 여행은 날씨가 절반이다.

쉴트호른 가는 길엔 사진을 찍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도 안보이니까 ㅋㅋㅋ

쉴트호른은 007 시리즈중에 여왕폐하 대작전이라는 영화를 찍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쉴트호른에 내리면 바로 영화를 틀어놓은 티비가 먼저 보인다. 재밌게도 다음 케이블카까지의 시간을 시한폭탄으로 해놓았다.

이것 이외에도 화장실까지도 007 컨셉으로 꾸며놓아서 재미있게 구경했다.

이 사진은 볼때마다 웃기다.ㅋㅋㅋ

전망대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제임스본드

아.....2970m.....

원래 아이거, 묀크, 융프라우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야하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ㅜㅜ

그래도 이곳이 쉴트호른이라는 이정표가 있어서 다행ㅋㅋㅋ

우리의 쉴트호른 007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ㅋㅋㅋㅋ

우리는 미련없이 쉴트호른을 내려왔다. 내려오니 그래도 보이는게 있고 좋구만ㅋㅋ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2000m 이상은 무리다.

어찌나 높은지 케이블카도 3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내려오니 패러글라이딩을 사람들이 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라우터브루넨 마을까지는 양쪽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고 그곳에 빙하와 눈이 녹은 물이 폭포처럼 흐른다.

이 길은 평평하고 풍경도 아름다워서 트뤼멜바흐까지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엄마는 아주 두꺼운 파카를 쉴트호른에서 입고 잘 가져왔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내려와선 허리춤으로~

알고보니 아까 걷던 길은 차도라서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다시 찾아들어감ㅋㅋ

사진만 찍으면 그림이다!

트뤼멜바흐는 폭포인데 빙하와 눈이 녹은 물이 바위를 오랜 시간 뚫어서 산 안으로 흐르는 폭포이다. 먼저 도착하면 리프트를 타고 6층 높이까지 올라간다. 마치 광부가 된 느낌이다.

6층까지 가면 10층까지 올라가서 내려오면서 구경을 하면된다.

그런데 사진으로는 아무리 찍어도 그 엄청난 속도와 수량, 소리가 표현되지 않는다. 정말 물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동안 물이 바위를 다듬어낸 흔적들이 여실이 드러나있다.

가까이 가긴 갔는데 너무 무서워서 표정이 엄청 웃기게 나왔다. 웃는데 우는 듯한ㅋㅋㅋ

눈에 보이지 않는 물방울이 엄청 많이 튀어서 비가 내리는 것 같다.

폭포를 구경하면서 내려오는 길에 찍은 풍경이 멋있다. 재밌는 건 국기가 펄럭이는 것처럼 고정해 놓았음ㅋㅋ

슬슬 배가 고파서 인터라켄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마침 오늘이 스위스 건국기념일이라서 퍼레이드가 막 시작 되려고 하고 있었다.

오예!!

처음엔 각 마을별로 특색에 맞게 준비한 줄 알았는데 보다보니 인터라켄 마을의 여러 단체, 예를 들면 승마단, 스포츠클럽, 맥주회사 심지어는 시티투어회사까지 다양하게 참여하여서 볼거리가 다양했다.

엄마가 이거 보려고 시간 맞춰 내려온거냐며.... 아닌데....아닌데ㅋㅋㅋ 어쨌든 굿타이밍!

이거까지 보니 식케는 4시가 다 되어가고 배가 고프다.

차가운 순대님의 (그나마)퐁듀 추천집에 가서 모두들 맛이 없다고 하지만 먹어보려고 했는데 퐁듀는 이 시간엔 안된다고 해서 맥주와 샐러드, 뢰스티를 먹었다.

인터라켄 지역 맥주!

뷔페식으로 한 번 떠서 먹는 샐러드인데 스위스 물가에 비하면 엄청 싸다.

송아지 소세지를 곁들인 뢰스티!

우리 나라 감자전인데 갈지않고 채를 두껍게 썰어서 구운 음식에 이것저것 곁들여먹는다. 딱 생각했던 그 맛ㅋㅋ 그래도 맛있었고 엄마도 짜지 않아서 괜찮아했다.

마지막으로 갈 곳은 하더쿨룸이다.

하더쿨룸에서 유명한 뷰포인트는 바로 이곳이다. 내려다보면 아찔하고 무섭지만...

손을 활짝 펴게 만드는 곳ㅋㅋ

스위스의 풍경은 이런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만든다.

하더쿨룸은 인터라켄과 양쪽으로 펼쳐진 큰 두 개의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약 800m 를 푸나쿨라를 타고 올라가 1300m 지점까지 가는데 이 사진은 내려가면서 찍은 것이다. 스위스는 정말 산을 구경할 수 있는 온갖 이동수단들이 잘 갖춰져있는 곳이다. 그리고 연결편의 시간도 맞아떨어지도록 짜놓은 것이 특히 좋았다.

인터라켄의 이 오묘한 아레강의 색깔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숙소가 있는 그린델발트로 올라왔다.

쿵짝쿵짝 소리가 등려서 가봤더니 멋진 산을 배경에 두고 즐거운 축제가 한창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린 나라는 세대 구분이 너무 명확해서 거기서 오는 차이가 큰데 아무래도 이곳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엄마가 누워서 산에서 구름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다가 이 풍경을 찍고 싶다고 카메라을 가져갔다.ㅋㅋ 이 숙소의 풍경을 꽤 마음에 들어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여기저기 다니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날씨가 허락하는 만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말 멋진 풍경을 가득 담고 왔다.

내일이면 스위스를 떠나 바르셀로나로 가는데 다음에는 스위스만 오래 잡고 와보고 싶을 정도로 좋다. 하이킹 코스도 많고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충분히 천천히 산을 즐기기엔 참 좋을 것 같다. 그 가격이 만만치 않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탈리아 북부나 프랑스 동부도 좋은 대안!